[땅집고] 20대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86년 이상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년 전에 비해 그 기간이 2배 이상 늘었을 정도로 청년의 ‘내 집 마련’ 꿈이 어려워졌다.
3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이한진 연구위원의 ‘부동산 폭등기 청년가구 재정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청년이 저축만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86.4년이 소요된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KB부동산 통계 등을 근거로 20대 가구의 연 소득과 지출 등을 계산한 결과다.
2023년 기준 가구주가 29세 이하인 20대 가구의 소득은 연평균 4123만원이다. 여기서 소비 지출 2136만원, 비소비지출 598만원을 빼고 1년에 저축 가능한 금액은 1389만원이다.
2023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9957만원(월별 평균 매매가 연평균)이다. ‘저축가능액’ 1389만원 전액을 86.4년 동안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2014년 39.5년이 걸렸는데, 10년 사이 그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집값 상승기인 2021년에는 92.8년까지 치솟았다가 2022년과 지난해에 소폭 줄었다.
집값 상승과 함께 20대 가구의 소득이 더디게 증가한 영향이다. 2014년 이후 10년간 20대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21.02%로 전 연령대(45.17%)의 절반 수준이다. 저축가능액 증가율(12.65%)는 전체(64.9%)의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저축가능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에서 20대 가구에서만 감소했다.
청년세대(39세 이하) 내 자산 불평등도 심화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특히 청년세대의 부채는 급증하고 순자산은 소폭 증가하면서 순자산 격차가 두드러졌다.
주택가격 급등기인 2015∼2022년 20대 가구의 순자산은 40대 가구의 27.86% 수준에서 18.08%로 줄었다. 30대 가구 순자산은 40대 가구 대비 72.57%에서 63.82%로 낮아져 격차가 커졌다.
청년세대 내에서 하위 20% 가구 대비 상위 20% 가구의 자산 5분위 배율이 2017년 31.75배에서 2021년 35.27배로 늘었다.
이한진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급등으로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 확대엔 소득격차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부의 대물림이 근저에서 작용하고 있다”며 기회의 평등을 향상하기 위한 무상교육 확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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