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속도 덕에 우리 일상이 편리해지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에서도 다양한 과학기술 주제의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가운데, 인공지능 부문의 이해나 접근이 현실적인 눈높이로 정착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초 인공지능 주제의 콘텐츠들은 도라에몽·아톰 등 애니메이션 영역에서부터 꾸준히 회자돼왔다. 영화 로보캅 속 오토모, ED-209이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등은 로봇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설정과 함께, 선역 주인공을 둘러싼 배경 또는 빌런으로서 존재했다. 이때까지는 형태의 유무와 상관없이 시스템 입력 그대로 움직이는 단편적인 존재의 느낌이 강했다.
이는 ‘매트릭스’ 시리즈 속 아키텍처나 ‘아이로봇’ 등 2000년대 초반의 SF영화까지 이어진 가운데, 인간의 성향에 따른 시스템의 재해석이라는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구현되기 시작함에 따라 조금씩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MCU(마블 컬처 유니버스)를 이루는 대표 히어로인 ‘아이언맨’ 시리즈와 그가 동참하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이를 대하는 인간의 변화점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시리즈 1편 속 Mk.2를 만들 때 조력하는 단순한 움직임의 산업용 로봇은 물론, 시리즈 전반을 이어주는 오퍼레이터 ‘자비스’나 그를 휴머노이드화한 ‘비전’, 어벤저스 팀 두 번째 상대였던 ‘울트론’ 등은 단순한 시스템 응답을 넘어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와 ‘인간적’ 수준에 가까운 케미를 드러낸다.
또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역시, 시스템 응답으로서만 존재하는 전반부 작품과, 인공지능 앨리스와 대면하는 최종버전에서의 변화점을 통해 인공지능 영역의 접근과 활용 변화를 보여준다.
이같은 콘텐츠 속 인공지능 소재의 변화는 최근 더욱 직접적이다. 작품 편 수 자체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인간적 측면에 한층 더 접근하며 매력도를 더욱 강조한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어벤저스’나 ‘레지던트 이블’의 최신 버전은 물론 만화적 상상이 버무려진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은 인간의 선택을 돕는 동등한 수준의 조력자 수준으로까지 인공지능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로봇, 소리’나 ‘에이아이’ 등 로봇을 등장시키는 영화와 함께, 곧 개봉될 ‘죽은 자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미래 서비스 일상의 영화 ‘원더랜드’ 등 실물 형체까지 아우르는 영화 등은 단순한 사건분석이나 해결 이상으로 인간적 연대감과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처럼 콘텐츠 속 인공지능은 미지의 존재에서 협력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의 진화와 함께, 인간 사이에서의 생각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가요영역에서 자주 등장하며 기세를 올리는 ‘버추얼 아티스트’나 산업 전반에서 주목하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등 현실적으로 다가온 창작영역의 딜레마로도 연결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콘텐츠 속 인공지능의 이해와 함께, 디양한 지식접근 및 활용 측면에서 인간보다 더욱 빠르고 강한 면모를 드러내는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콘텐츠 속 인공지능의 표현들은 기술적 진보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과 가치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이해와 함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또한 다각도로 구상하는 계기가 점점 마련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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