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앞두고 두고 부작용과 우려를 제기했다. 금투세 도입 시 예상되는 투자 위축 등 세제 체계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폐지 후 재검토’ 입장을 거듭 밝혔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가 도입되면 해외 주식 쏠림이 심화하고, 장기 투자 대신 단기 매매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 의견을 밝혔다.
이어 “국내 주식에 투자해 이익이 일정 부분 났을 때 손실을 인식해야 세금을 안 내게 되는 상황이다 보니 펀드를 굳이 만기 보유하지 않거나 손실 난 주식을 팔아 과세 대상을 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에서 5000만원, 해외 주식과 기타 금융상품(채권, 파생상품, 펀드 등)에서 250만원 이상 이익이 날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원장은 “주식시장 참여자나 채권 등 다양한 투자상품이 늘었고, 금리까지 늘어난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과세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금투세 과세 대상자를 연간 15만명으로 추산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식 매매를 하는 사람의 1.8~2.4%에 해당하는 약 9만명이 금투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또 금투세가 도입되면 부양가족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연간 100만원을 초과하는 이익을 냈을 때 한 명당 150만원까지 공제해주는 부양가족 종합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기존에 세법상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금융소득이 반영되면서 연말정산 환급금이 줄고,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100만원 이상 소득자가 공제에서 제외된 것은 최초 설계에서 깊이 고민이 안 됐다는 지적이 있다”며 “기본공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분이 많다는 우려에 (금감원) 내부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금투세 폐지 후 전면 재검토’가 합당하다는 의견인데, 합리적인 주장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분이 있다면 적어도 효과를 분석해 유지되는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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