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급 회사채가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기관이 담지 않는 회사채는 금리가 높아져 개인이 사들이곤 하는데, 최근 A급은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개인은 신용등급보다 금리에 중점을 두는데, 연초부터 고금리 회사채가 쏟아지면서 5%대 금리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S건설(A)은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목표액만큼 주문을 받지 못했다. 1년 6개월물에 220억원, 2년물에 60억원이 모이면서 총 28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회사채는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일정 이자를 붙여 발행하는 채권이다. 발행 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데, 수요예측이란 은행·증권사·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회사채 발행 전 매입 의사가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과정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건설채 기피 현상이 이어지면서 GS건설도 외면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된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GS건설 회사채 주관사들은 당초 미매각을 예상해 매달 이자를 받는 월 이표채로 구성하고, 공모 희망 금리 상단을 대폭 높이는 등 개인 수요를 겨냥해 발행 구조를 짰다. 이번 GS건설 회사채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100bp(1bp=0.01%포인트) 높은 5%대 중후반에서 정해져 이날 발행될 예정이다.
기관에 팔리지 않은 물량은 주관사들이 나눠 떠안는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처음부터 각 증권사가 250억원씩 나눠 인수했고, 미매각되더라도 리테일 수요가 기대되는 만큼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각사 설명이었다.
그러나 리테일(개인) 대상으로 물량이 나오더라도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언이다. 한 채권 운용역은 “GS건설이 2년 내 부도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 개인은 담을 것”이라면서도 “A급 5%대 금리는 충분히 투자 매력이 있지만, 최근 고금리 회사채가 장내시장에 많이 풀려 낙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BBB급 회사에 대해서도 대기업 계열사라면 ‘망할 회사는 아니다’라고 인식한다. BBB급 회사채는 6~7%에도 많이 풀린다. 굳이 A급이라는 이유만으로 5%대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담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동화기업(A-)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2년물 300억원 모집에 1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금리 상단을 개별 민평금리 대비 +80bp(1bp=0.01%포인트)까지 높였지만, 모집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 미매각되면서 발행 금리는 5%대 중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신용평가사들이 동화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동화기업은 지난해 4월에도 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 전례가 있다.
GS건설 회사채 발행 주관에 여러 증권사가 붙은 것과 달리 동화기업은 KB증권이 단독으로 주관했다. 미매각 물량을 모두 떠안은 KB증권은 추가 청약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나올 A급 회사채는 기업별로 투심이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곧이어 DL에너지(A)가 최대 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예상 발행금리는 4%대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A-)도 500억원의 회사채 수요 확인에 나선다. 희망 금리 밴드는 1년물 6.5~7.0%, 2년물 7.0~7.3%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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