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009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외에는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단 한 번도 연이 닿지 않았던 김경문 감독과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만난다.
한화 이글스는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이 종료된 후 “제 14대 감독에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며 “계약규모는 3년간 계약금 5억원, 연봉 15억원 등 총 20억원”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화는 지난해 시즌 중 팀 리빌딩을 책임지고 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전격 경질하며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임 사령탑으로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계약규모는 3년 총액 14억원. 한화는 “4시즌째 구단에 몸담으며 선수단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점,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지도력, 퓨처스 팀에서 보여준 이기는 야구에 초점을 맞춰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팀 운영 등을 높이 평가해 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윈나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성적’을 갈망하고 있다는 증거. 이에 한화는 올 시즌에 앞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안치홍과 4+2년 총액 72억원을 계약을 맺으며 전력을 끌어올리더니, 메이저리그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KBO리그 복귀를 희망하던 류현진과도 8년 총액 17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특히 한화를 5강 ‘다크호스’로 꼽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범경기를 5승 2무 3패 승률 0.625(3위)로 마친 한화의 시즌 초반은 엄청났다. 한화는 시작부터 7연승을 달리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한화 팬들은 연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가득 메우는 등 엄청난 화력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채은성과 큰 기대를 모았던 류현진, 문동주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이 부진하고, 외국인 원·투 펀치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고비를 맞게 됐고, 조금씩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경기가 끝난 후에는 10위로 주저앉았다.
꼴찌까지 추락했던 한화는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고, 5승 1패로 반등하는데 성공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최원호 감독을 비롯해 박찬혁 대표이사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결정한 것. 한화는 지난달 27일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원호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한화는 곧바로 신임 사령탑 물색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김경문 감독이 손꼽혔다. 지난 2003시즌이 종료된 후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을 역임하며 감독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김경문 감독은 2011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김경문 감독은 8년 동안 6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이후 2011년부터는 NC 다이노스의 초대 사령탑을 역임, 1군 진입 2013시즌부터 2018시즌 중반까지 6시즌 중 정규리그 준우승 2회 등 총 4차례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의 사령탑 커리어는 896승 30무 774패로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에 이어 역대 6위. 유일한 흠이 있다면, 단 한 번도 우승반지를 착용하지 못했다는 점. 하지만 이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는 이력이 있다면, 바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감독으로 ‘전승 우승’ 신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역대 올림픽 야구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것은 김경문호가 유일했는데, 그 선봉장에 섰던 선수가 있다. 바로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김경문 감독이 이끌었던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 2경기에 등판해 17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 평균자책점 1.04로 활약했고, 전승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이는 김경문에게 안긴 업적이기도 하지만, 류현진의 프로 커리어 첫 번째 ‘우승’이기도 했다. 이후 류현진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 전 한화는 물론 LA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단 한 번도 우승을 맛보지 못했었다. 이는 김경문 감독과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한화가 류현진에게 무려 170억원을 투자하고, 최원호 감독의 사퇴를 받아들이면서까지 김경문 감독을 15대 사령탑으로 선임한 이유는 확실하다. 어떻게든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보겠다는 심산이다. 한화는 김경문 감독 선임을 발표함과 동시에 “현재 어수선한 선수단을 수습하고 구단이 목표한 바를 이뤄줄 최적의 역량을 보유하신 분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최근 상승세로 중위권과 큰 차이가 없고,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감독님도 구단의 목표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실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로써 ‘가을야구’라는 목표는 확실하게 정해졌다. 이제는 결과를 보여줄 일만 남은 상황.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금메달이라는 기쁨을 함께 맛봤던 김경문 감독과 류현진이 무려 16년 만에 만나게 된 가운데 화려한 커리어의 유일한 ‘오점’과도 같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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