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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로 돈 번 가족, 인적공제 제외…부동산에 투자금 쏠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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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로 돈 번 가족, 인적공제 제외…부동산에 투자금 쏠릴수도

정부가 2020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공식화한 배경은 자본시장 세제 정비에 있었다. 상장 주식과 채권·파생상품 등의 비과세 범위가 넓어 조세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대주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금을 매기지 않던 상장 주식 매매 이익에 5000만 원의 기본공제를 제공하되 과세 대상 소득으로 보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구상이었다.

금투세 도입으로 개인투자자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에 대해 홍남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액 투자자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오히려 세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제 개편을 세수 중립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외 주식 투자 바람과 공모주 청약 붐이 일면서 지금의 금투세 도입은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중산층의 세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세 인적공제가 대표적이다. 만약 부양가족이 주식에서 100만 원을 초과한 이득을 얻었는데도 연말정산 시기에 공제 대상에 포함해 국세청에 제출한다면 덜 신고한 액수의 10%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주식 일반 매매는 물론이고 공모주 청약을 통한 차익 역시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 관계자는 2일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에서도 양도소득이 발생하는 것이 돼 인적공제 계산에 반영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야당 등에서는 주식 양도차익의 5000만 원 초과분부터 20~25%의 세율을 매긴다는 점을 들어 ‘금투세는 중산층에 큰 영향이 없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기재부의 2022년 추산을 봐도 금투세 납부 대상자는 15만 명으로 예상돼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 주요 논거였다.

그러나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 매매 이익이 세법상 ‘소득’의 범주에 본격 편입되면서 중산층의 연말정산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투세는 부자뿐 아니라 중산층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투세가 국내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을 부추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비록 과세 대상자가 1%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기존보다는 과세 대상자가 10배나 늘어난 만큼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투세 납세 대상자 15만 명의 투자금이 최소 150조 원 규모라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이 단체는 “금투세 시행 후 수십조 원이 투자처를 해외로 옮긴다면 한국 증시가 더욱 상승 동력을 잃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또한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파이터치연구원은 2021년 금투세 도입 시 주식시장에서 빠진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73% 급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채권 소액 투자자들도 금투세 도입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투세 체제에서는 차익이 250만 원을 넘는다면 20%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LS 투자 수요가 예금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 또한 나온다.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는 금투세를 없애고 증권거래세 위주로 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조세협정에 따라 국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이나 법인세를 내는 기관투자가는 금투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특히 증권거래세는 농민들 때문에 완전 폐지가 상당히 어려운 세목이다. 현재 증권거래세에는 0.15%의 농어촌특별세가 붙어 있다. 원래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방침이었는데 농특세 문제 때문에 2025년까지 0.15%로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세제실장과 관세청장을 지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소득세보다는 거래세가 시장에 중립적이고 세수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며 “거래세 위주로 운영하면서 일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하는 시스템이 시장에 충격을 덜 주면서도 세수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해석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고려한다면 금투세 도입을 통해 세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있다. 특히 손익 통산과 손실 이월 공제 허용 등을 담았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손실 이월 공제를 무제한으로 늘리지 않는다면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금투세에 대해 나오는 논리 중 하나가 ‘주식 팔아서 생긴 소득에 왜 과세 안 하느냐’는 것인데 그 전에 손실을 무제한을 빼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 정비 차원에서 국회와 정부의 사전 준비 작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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