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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전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원자력발전 사업 회귀 흐름에 따른 수혜자로 떠오른다. 두산은 국내 원전사업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었지만 전 정권의 탈(脫)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무탄소 발전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면서 그룹 자체에서도 박정원 회장이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특히 하반기 원전 사업 입찰 결과가 대거 나오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중으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이 입찰 신청한 체코 프라하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만 30조원에 달하며, 한수원이 해당 건을 수주할 경우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게 된다.
업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만큼 향후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사업에서 영향력을 키울 전망이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는 2009년 정부가 해외 수출로는 최초였던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을 수주하면서 주요 기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원전 수주의 일등공신으로 여겨졌으나 2010년대 들어 전 세계적인 발전 사업 위축으로 경영난을 겪었고, 풍력 등 에너지 신사업으로 진출 기회를 모색했다.
다만 박 회장이 원전 사업을 지켜낸 덕에 해당 분야에서 재도약할 기회를 맞았단 평가다. 회사는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도 활발한 공급을 이어갈 전망이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최대 SMR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의 원전 수주와 관련, 아직 부품 납품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SMR 프로젝트가 다수 예정된 만큼 두산에너빌리티가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으로서 가장 반가운 소식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기수급기본계획에 담겼다. 오는 2038년까지 최다 3기의 원전을 새로 짓고, SMR를 활용한 ‘미니 원전’ 1기도 2035년까지 투입하기로 한 내용이 골자다. 국내에선 약 9년 만에 나온 새로운 원전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무탄소 전원인 원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개발이 오래 걸리는 데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 놓인 까닭에 각 국가는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목표치인 6조3000억원의 수주를 안정적으로 성공하고, 내년부턴 연간 9조원 규모의 성과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을 비롯한 원전업계가 10년 넘게 부진했던 사업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며 “특히 체코 원전 사업은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수주 성공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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