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그린페스타는 비건인들의 축제에요”
전북 전주에서 온 10명 정도의 사람들을 지난 1일 서울시 학여울역 세텍에서 열린 ‘제9회 베지노믹스페어 서울 비건&그린페스타’ 입구에서 마주했다. 이들은 비건 식품과 친환경 제품들을 한가득 구매해 양 손에 들고 있었다.
이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대체육은 물론, 다양한 저탄소 식생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던 걸 장점으로 꼽았다. 최근 기후 위기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이번 행사는 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행사장에 들어가 가장 눈에 띈 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벤치나 블록 등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 ‘우리동네플라스틱연구소’였다.
수원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이종영(44) 우리동네플라스틱연구소 대표는 “지자체에서 거둬가지 않은 쓰레기를 분류하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2020년 초부터 폐기물들을 조금씩 주워다 업사이클링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플라스틱 재활용 외에도 아이들과 기업 등에 환경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마침 이날 박람회에 부모님과 들른 정이수양(9)과 정이현군(6)은 폐플라스틱 가루를 화분으로 만드는 체험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부스 직원들의 도움으로 오색 빛깔의 화분이 금세 만들어 졌다.
부스를 돌아보던 중 대나무 칫솔을 판매하는 ‘지구샵’도 마주했다. 지구샵에선 칫솔 외에 천연 주방비누, 천연 수세미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김아리(33) 지구샵 대표는 2015년도부터 폐기물 발생을 예방하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제품 유통 과정에서 환경 가치를 구현하거나 쓰레기를 덜 만들면서 유통할 수 있는데, 기존 시스템을 그렇게 바꾸기는 어려웠다”며 “생활 소비하면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 친환경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애월읍에서 비건버터를 손수 제작하는 송현애 문사기름집(46) 대표는 “공장식 축산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는 동물들에 대한 환경을 알고 나서 우유, 버터를 먹지 않기로 했다”며 “그럼에도 버터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직접 식물성 100% 등으로 집에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맛있다며 팔아보라 했다”고 했다.
그는 “비건페스타만 보더라도 예전보다 비건이 어려워진 건 아닌 것 같다”며 “한 가지씩 정도만 비건 제품으로 바꿔보며 식재료에 대한 세계가 넓어졌음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비건버터 외에 플랑크톤과 버섯 뿌리를 발효해 만든 생선 대체 식품, 버려지는 치커리 뿌리를 쓴 티백 등 그간 보지 못했던 비건 식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됐다. 김민선(26)씨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채소 커리 5개짜리를 샀다”며 “소세지, 불고기 등 비건 제품들이 다양하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사이클링 제품과 비건 식품 외에 이날 박람회에는 지역 농축산품, 목공예 체험 등 즐길거리도 다양했다. 박람회 한 켠에는 비건과 친환경에 관련한 책을 소개하는 책방도 자리했다.
김문경(35) 비건서점 대표는 “저탄소생활 실천이란걸 비건이라는 쉬운 선택으로 시작했다”며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해 내가 먹는 걸 선택하는 게 개인적으론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육류를 끊었다’라고 하기보다 ‘채소를 많이 먹는다’라는 긍정어로 얘기하려 한다”며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들이 있는데 그러면 나에게는 이게(비건이) 어려운 일이 아니니 해보자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달 2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서울시와 친환경 제품 종합 전시업체인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가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183개 업체가 참여해 215부스가 운영됐고, 비건식품,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 등 친환경제품이 전시, 판매됐다.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10회 하반기 전시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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