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다시 한번 탈꼴찌를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전혀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31일 김진욱에 이어 이민석이 ‘미래’를 쏘아 올렸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부동의 에이스 찰리 반즈를 비롯해 애런 윌커슨, 박세웅, 나균안까지는 선발 진입이 확정적이었지만, 마땅한 5선발이 없었던 까닭이다. 물론 옵션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22시즌 선발로 9승 평균자책점 4.19로 깜짝 활약을 펼쳤던 이인복과 경험이 여러 보직에서 풍부한 한현희를 비롯한 자원이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노렸고, 이인복이 5선발의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롯데의 선발 고민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지난해에 비해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진 ‘사직예수’ 윌커슨이 부진한 스타트를 끊더니, 윌커슨이 제 궤도에 올라서자, 5선발로 시즌을 출발했던 이인복이 아쉬운 모습을 거듭하기 시작, 1군에서 말소됐다.
이에 롯데는 유망주들에게 1군 선발 등판의 기회를 제공하며 테스트의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기회를 받은 것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홍민기였다. 홍민기는 지난달 12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최고 149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등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2⅔이닝 2실점(2자책)으로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최고 155km의 빠른 볼을 뿌릴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는 2022년 1차 이민석, 고교시절 ‘최동원상’을 수상했던 김진욱에게도 차례로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 또한 첫 등판에서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이민석은 지난달 19일 손가락 멍 증세로 인해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오게 됐으나, 최고 154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3⅓이닝을 2실점(2자책)으로 막아냈고, 2군을 압살하고 있던 김진욱 또한 지난달 25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4⅓이닝 3실점(3자책)으로 역투했다. 경쟁의 긍정적인 효과를 맛본 롯데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는데,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롯데는 각종 악재들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반즈가 지난달 26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1⅔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검진 결과 좌측 내전근 미세손상 진단을 받았다. 부상에서 돌아올 때까지는 2~3주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 한 달 동안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진 않았으나,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97으로 나쁘지 않았던 ‘투수 전향의 신화’ 나균안이 5월 5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3.50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지난달 26일 한화 이글스전을 끝으로 2군행으로 내려갔다.
이인복의 자리만 메워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유망주들의 테스트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에이스’ 반즈의 이탈에 이어 나균안까지 1군에서 빠지게 된 것은 분명 치명적이었다. 그래도 롯데는 이번 주말 NC 다이노스와 두 경기를 통해 미래를 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직전 등판에서 실점을 하기 전까지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던 김진욱이 올 시즌 두 번째 1군 등판의 기회를 가졌는데, 5이닝 동안 투구수 91구,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김진욱은 ‘이적생’ 김휘집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면서 무실점 경기는 무산됐으나, 최고 146km 직구(44구)를 앞세워 슬라이더(33구)와 커브(13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무려 761일 만에 선발승을 맛봤다. 반즈와 나균안, 이인복이 빠져있는 공백을 완벽하게 메울 수는 없지만, 롯데 마운드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1일 경기에서도 롯데는 희망을 봤다. 비록 승리와 연이 닿진 않았으나, 이민석이 프로 데뷔 후 1군에서 가장 긴 이닝을 소화했다.
김진욱과 마찬가지로 이민석의 투구도 탄탄했다. 이민석은 1회 시작부터 박민우-권희동-박건우로 이어지는 NC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무결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선두타자 맷 데이비슨에게 5구째 148km 직구를 공략당해 선제 솔로홈런을 허용, 후속타자 손아섭과 맞대결에서는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불운이 있었으나,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3회에는 선두타자 서호철에게 안타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살타를 곁들이며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닝을 마쳤다.
순항은 이어졌다. 이민석은 4회에도 박건우-데이비슨-손아섭으로 연결되는 NC의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요리했고, 5회초 2사후 김형준과 서호철에게 연속 안타,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실점 없이 위기를 탈출하며 5이닝 1실점 투구를 완성,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선발 첫 승 수확은 불발됐지만, 이민석은 최고 152km를 마크하는 등 직구(39구)와 슬라이더(32구)까지 투피치에 가까운 투구로 제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김진욱과 이민석 모두 경험이 풍부한 편은 아닌 선수들인 만큼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재능을 만개한다면, 나균안과 이인복의 자리를 넘볼수도 있다. 아직 반즈가 이탈한 공백을 메울 자원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분명한 것은 김진욱과 이민석을 통해 희망을 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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