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손을 잡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각 기업별 강점을 공유하는 등 경쟁보다 상생을 택하는 한편, 추후 제품 라이선스까지 공유해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수의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신약 탐색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우선 일동제약은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대원제약과 소화성 궤양용제 ‘P-CAB(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 신약 공동개발에 돌입한다.
대원제약은 유노비아가 보유한 P-CAB 신약 후보물질 ‘ID120040002’와 관련한 향후 임상개발을 수행하고, 유노비아의 경우 대원제약으로부터 일정 액수의 계약금과 함께 상업화 시 로열티 등을 수령하게 된다.
대원제약은 향후 ID120040002 허가 취득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 받아 동일 성분의 이종 상표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으며, 유노비아 역시 허가 추진 및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보유하게 된다.
ID120040002 임상 1상을 살펴보면, 24시간 동안 위 내 산도(pH)를 4 이상 유지하는 비율이 90%, pH6 이상을 유지하는 비율은 60%로 나타나 동일 계열의 경쟁 물질보다 더 우월한 약효 지속성을 보였다.
유노비아는 최근 미란성 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ID120040002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 계획(IND)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취득, 신약 물질과 관련한 권리 확보를 위해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 시장 국가에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이다.
에스티팜은 차백신연구소와 ‘RNA 기반 면역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두 회사는 mRNA 의약품의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상업화하기 위한 공동개발을 진행한다.
양사는 2025년까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타깃으로 First-in-class(계열 내 최초신약) mRNA 의약품 후보물질을 공동으로 도출하고, 2026년에는 임상단계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스티팜은 mRNA 핵심 플랫폼인 SmartCap과 STLNP 기술을 통해 비임상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차백신연구소는 이렇게 도출된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비롯한 모든 개발 과정을 담당한다.
치료제가 상업화가 될 경우 모든 권리는 차백신연구소가 보유하며, 에스티팜은 치료제의 독점적 생산 및 공급권을 갖는다.
에스티팜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RNA 기반 신약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자체 캡핑 기술과 LNP 약물 전달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으며, 임상용 의약품은 GMP 생산이 가능한 반월 캠퍼스의 mRNA 전용 생산동에서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도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와 차세대 다중표적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돌입한다. 양사는 ▲상호 기술교류 ▲비임상·임상개발 ▲글로벌 기술이전 ▲국가 R&D 연구과제 선정 등을 목표로 협력할 계획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중융합 단백질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으로 GI-SMARTTM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면역항암제와 알레르기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구조 기반 단백질 신약 개발 기업인 파노로스는 항종양면역시스템 강화 및 혈관 정상화 기능을 가지고 있는 PB101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회사 측은 두 기업의 자체 단백질 개발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일동제약그룹 신약 개발 전문 회사 아이디언스와 전략적 지분투자 및 아이디언스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Venadaparib)과의 병용투여에 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디언스는 2019년 일동홀딩스의 자회사로 설립된 일동제약그룹의 신약 개발 기업으로, 베나다파립을 비롯한 다수의 항암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계약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250억원을 투자해 아이디언스의 최대 주주인 일동홀딩스에 이은 2대 주주가 되며, 베나다파립과 병용투여 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다.
동아에스티는 아이디언스의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을 활용해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아이디언스는 올해 초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4)에서 표준 치료제 대비 폭넓은 사용 범위와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한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하며 베나다파립의 경쟁력을 드러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도 하며, 상용화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갖고 있지 않는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며 “각 분야별 강점을 갖춘 기업들이 협업을 하게 되면 비용절감과 동시에 신약 창출에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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