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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이혼 호재?…SK 밸류업 기대감 ‘업’

데일리안 조회수  

지배구조 불안 야기하는 SK㈜ 지분 매각 어려워

과거 공정위와 소송 엮인 실트론 활용도 부담 커

그룹 쇄신 작업 가속화…“기업가치 개선 긍정적”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왼쪽은 법정 출석하는 최 회장, 오른쪽은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노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오면서 최 회장과 SK그룹의 향후 대응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권 사수를 위해 SK㈜ 등 중요 지분을 매각하기보다는 그룹 자체의 주가 부양 및 배당 확대 등으로 현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는 가운데 SK가 국내 주요 그룹 중 밸류업 선두 주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간 이혼소송 2심 판결이 SK그룹의 고강도 쇄신 작업을 촉진할 수 있다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날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대폭 늘어난 셈이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이 대법원 상고에 나설 것을 밝혔지만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막대한 자금 부담을 지게 되는데 이를 단번에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의 재산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SK㈜ 지분이다. 최 회장은 SK㈜ 주식 1297만5472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지분의 17.73%에 달하며 해당 지분 가치는 31일 종가 기준 2조2862억원에 해당한다. 즉 보유 지분을 절반 정도를 매도해야 재산 분할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최 회장이 지주회사인 SK㈜를 통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SK㈜는 SK텔레콤(30.57%)·SK이노베이션(36.22%)·SK스퀘어(30.55%)·SKC(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20.1%), SK이노베이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61.2%) 등의 대주주로 있다.

특히 SK그룹의 경우, 지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과 경영권 다툼을 겪은 만큼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SK㈜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보유 지분에 대한 주식담보 대출을 받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미 주식담보 대출이 상당 수준 있는 데다 그룹 경영권과 무관한 다른 자산을 매각하는 것도 여의찮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SK㈜ 보유 주식 59.2%인 767만주를 담보로 4115억원을 대출 받은 상태다. 지난 2022년에는 2800억원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1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최 회장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SK실트론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의 SK실트론(29.4%) 지분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지분 처분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점과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와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취득 과정을 두고 행정소송을 벌인 만큼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SK 서울 종로구 사옥. ⓒ연합뉴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최 회장 개인이 소유하고 있지만 취득 과정이 깔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분할 용도로 처분하면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SK가 그룹이 고강도 쇄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인 주가 부양과 배당 확대 등으로 기업가치를 키워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SK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취임 직후 고강도 쇄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 의장은 격주 토요일마다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통해 그룹 경영 전반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오는 6월 개최되는 경영전략회의의 주제가 ‘리밸런싱’인 만큼 올해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를 통한 주가 부양 시 이미 담보 대출한 지분의 반대 매매 가능성을 없애는 한편 추가 대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식담보대출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의 40~70%를 대출 받을 수 있다. SK 그룹주들은 우량주인 만큼 최대 70%까지 가능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으로 주요 대기업 그룹사들이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참여는 자율이지만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상장사들의 참여 독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거래소는 코스피 대형사 12사를 대상으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코스피 대형 상장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미 시장은 SK그룹의 밸류업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그룹 상장사 24곳 가운데 12곳의 주가가 상승세로 마감했다. 특히 SK(11.45%)·SK가스(7.27%)·SK오션플랜트(5.96%) 등의 상승 폭이 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은 만큼 재산 분할 규모와 그 영향을 추정하기에는 이르다”라면서도 “최근 자체적인 그룹 혁신과 밸류업 프로그램이 맞물릴 경우 SK가 주요 그룹사 중 밸류업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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