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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인세 감소가 전체 국세 수입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2024년 4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4월 법인세수는 4조 1000억 원으로 11조 3000억 원이 걷힌 2023년 4월에 비해 64% 쪼그라들었다. 1~4월 누적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2년 51조 4000억 원이었던 법인세수는 2024년 35조 6000억 원으로 감소한 뒤 올해 22조 8000억 원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1~4월 국세수입(125조 600억 원)은 전년 대비 8조 4000억 원 감소해 세수진도율도 34.3%에 그쳤다. 최근 5년 평균치(38.4%)보다 4.1%포인트나 낮은 역대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세는 통상 국세의 20% 가까이를 차지하기 때문에 법인세수의 대폭 감소는 국세 수입 전체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 법인 실적이 악화된 데다 많은 기업들이 3월에 내는 분납분을 줄였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금융지주들의 세무상 이익이 낮아 법인세수도 떨어졌다”며 “주요 기업들이 분납분도 줄이면서 4월 법인세수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이 수출을 주도하는 기업들도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해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45% 감소했다.
법인세수 부진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12월 결산법인 비중이 높아 사실상 3~4월 중 연간 법인세수의 대부분이 결정된다”며 “8월 중간예납분이 들어와도 현재 추세를 역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면 상속증여세가 늘어날 텐데 그렇지도 않다”며 세수 부족분을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 역시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편성된 예산만큼 세금이 들어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예산 총수입을 367조 3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 중 법인세는 77조 7000억 원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하고 있다.
법인세 외 세목도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1~4월 누계 기준 소득세 수입은 35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0억 원 줄었다. 상속증여세와 증권거래세 수입은 각각 6조 원, 1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문제는 소비 흐름도 심상치않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액지수는 3월보다 1.2%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최근 6개월간 계속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업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 확대가 상품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내수에 대해서는 당국이 계속 긴장하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전년동월기준 소매판매는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이라며 “수출 회복세에 미치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부진할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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