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영화 제작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스태프들이 이제 카메라 뒤에서 작품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의 연출 데뷔는 단순한 직책 변경이 아니라, 현장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전으로 업계에서 환영 받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황야’로 데뷔하고 ‘범죄도시4’로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시작부터 화려한 기록을 자랑하는 허명행 감독은, 10대 때부터 스턴트 배우를 시작해 현장의 잔뼈가 굵은 무술 감독 출신이다. 액션에 특화돼 있는 허명행 감독은 아포칼립스물 ‘황야’와 범죄액션물 ‘범죄도시4’로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특히 전편들의 무술감독을 디자인 했던 허 감독은 ‘범죄도시4’의 탁월한 무술의 설계를 전편보다 묵직하면서도 극도의 사실감과 긴장감을 부여해 차별화 했다.
특히 두 작품 모두 함께 액션의 합을 18편을 맞춰왔던 마동석과 함께하면서 이들의 시너지가 극대화 됐다.
할리우드에서는 ‘존 윅’ 시리즈의 스채드 스타헬스 감독, ‘불릿 트레인’의 데이빗 레이치가 스턴트 배우 출신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악녀’의 정병길 감독이 스턴트 배우 출신으로 메가폰을 잡아 액션에 특화된 작품들을 내놨다. 연출로 인정 받은 허명행 감독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강동원 전지현 주연의 ‘북극성’도 책임지게 되면서 향후 활발한 활약을 예고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해운대’, ‘늑대소년’의 시각효과를 담당하고 현재 VFX 제작사 모팩 스튜디오 장성호 대표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찰스 디킨스가 아들에게 예수의 생애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오스카 아이작, 우마 서먼, 케네스 브래너가 목소리 출연을 확정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했던 배우의 연출 데뷔도 대기 중이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의 감독은 김희원이다. ‘조명가게는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원작 웹툰은 강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으로 누적 조회수가 1.5억 뷰를 넘는다. 주지훈과 박보영이 주연으로 캐스팅 됐다.
앞서 김윤석이 ‘미성년, 이정재가 ‘헌트’, 정우성이 ‘보호자’로 연출로서 대중과 만난 바 있다. 배우들의 감독 데뷔가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많은 자본이 투입된 디즈니플러스의 첫 시리즈물로 데뷔를 하면서 시선이 쏠린다.
현장에서 활약하던 이들에게 오랜 경험과 깊은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정교하고 전문적인 연출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성공을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겠지만 이들의 도전은 영화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앞으로 더 많은 현장 전문가들이 감독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길목을 자연스레 넓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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