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반도체 기업들이 대표적인 AI(인공지능) 수혜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 상위권에는 반도체가 아닌 전력기기에 투자한 상품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등 글로벌 전력수요가 늘어나 이들의 주가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거래소 데이터정보시스템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 ETF는 지난해말 대비 68.8% 상승해 레버리지 제외 국내 상장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레버리지를 포함해도 반도체 ETF 수익률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 ETF의 수익률(62.3%)을 6%p(포인트) 이상 앞섰다. 해당 ETF는 엔비디아, AMD 등 AI 열풍에 급등한 반도체 대장주들에 2배로 투자하고 있다.
원자력iSelect ETF가 올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건 HD현대일렉트릭의 상승세 덕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 30일 종가는 28만9500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20만9400원(261.4%) 급등했다. 원자력iSelect ETF의 HD현대일렉트릭의 비중은 25.43%로 편입 종목 중 가장 높다.
HD현대일렉트릭을 편입한 다른 ETF들도 레버리지 제외 수익률 2~4위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수익률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50.9% △삼성운용의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50.5% △아문디운용의 HANARO CAPEX설비투자iSelect 50.3% 순이었다. HD현대일렉트릭의 편입비중은 수익률 순대로 △ACE 원자력테마딥서치가 18.7%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가 8.2% △HANARO CAPEX설비투자iSelect 22.7%였다.
해당 ETF들은 레버리지 제외 반도체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한투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의 수익률(47.2%)을 상회했다. HD현대일렉트릭과 이를 편입한 ETF들이 이같은 상승세를 보인 건 AI 데이터센터 개설로 글로벌 전력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Electricity 2024’ 보고서에서 2026년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최대 1000테라와트시 이상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해당 보고서에서 “최소한 스웨덴, 최대 독일만큼의 전기 수요가 데이터센터로 인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매출액 전체가 전력기기 사업으로 구성된 HD현대일렉트릭에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 전망이 나왔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AI는 전력기기산업의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까지 왔다”며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사이클 확장에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고 미국에 변압기 생산 공장을 보유해 실적 차별화 요인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AI의 등장으로 신규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지며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했다”며 “해외 전력기기 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HD현대일렉트릭 등 국내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에 증권가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컴퍼니가이드와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HD현대일렉트릭의 목표가를 제시한 11개 증권사 중 10개 증권사가 기존 목표가를 상향했다. 이들 11개 증권사가 제시하는 평균 목표가는 31만3636원으로 이날 종가 대비 8.3% 높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아 대부분의 전력기기 기업의 주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HD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부문에 차별점이 있어 주목할 만하다”며 “국내 전력망 확대는 아직 부진하지만 해외를 중심으로 수요 확대가 지속되고 있어 전력기기 업종의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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