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장예비심사 신청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몸값 5조4000억원 평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선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삼은 가운데 올해 첫 성적표부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그 동안 경쟁사들에게 다소 밀리며 아쉬운 행보를 보여 온 케이뱅크가 상장을 통해 국내 첫 인터넷은행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다음 달 중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상장예비심사는 IPO를 위한 사전심사로,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를 제출하고 공모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예비심사에 통과하면 상장은 6개월 내에 마무리된다.
케이뱅크는 그동안 연내 상장을 목표로 몸 풀기를 해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하는 등 외형성장에 성공하면서 본격 스타트라인에 선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케이뱅크의 순이익은 5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5% 성장한 규모다.
이용자도 급증해 3월 말 기준 103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보다 80만명이 증가한 수준이다. 2021년 2분기 이후 단일 분기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새로 케이뱅크의 고객이 된 것이다.
고객 저변 확대에 따라 이자이익은 13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 늘었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157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증권사 계좌 개설(NH투자·미래에셋·삼성·KB·한국투자·하나)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점과 운용 수익 확대 등이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1분기 말 수신잔액은 23조9700억원, 여신잔액은 14조7600억원으로 직전 분기와비교해 각각 25.7%, 6.6%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발했지만 카카오뱅크가 선두로 치고 나갔고, 토스뱅크에도 쫓기는 등 체면을 구겼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토스뱅크가 케이뱅크를 앞지르며 인터넷은행 2위 자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당시 토스뱅크의 순이익은 124억원이었던 반면 케이뱅크는 25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다만 지난해 12월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케이뱅크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최 행장 취임 후 첫 분기 실적에서 역대 최대 성적표와 함개 경영 지표가 개선되면서 향후 IPO 전망도 밝아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IPO에 도전장을 다신 내민 케이뱅크는 눈높이를 4조~5조원 이상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장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케이뱅크의 추정 시가총액은 6조2741억원이다. 최근 거래일 기준 일주일 간 시세는 1만6000원대 수준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를 의식해 지난 2022년 9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IPO 시장 침체 등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지난해 2월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시장이 평가한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4조원으로 희망 공모가인 7조원대에 훨씬 못 미쳤다.
금융권은 케이뱅크가 2년 전 심사 당시 주요한 요건이었던 2022년 1분기 실적(당기순이익 245억원)보다 2배 이상 좋은 실적을 거둔점이 상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케이뱅의 몸값을 5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가 성장성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를 5조4000억원까지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올해 연말쯤 케이뱅크의 상장을 예상한다”며 “케이뱅크의 올해 말 자기자본이 2조원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이익경비율이 29%로 모든 은행권 중 유일하게 20%대에 진입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전산 구축, 인력 확보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여서 케이뱅크 측은 CIR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케이뱅크는 지난해 자산건전성 우려에 대한 대비로 대손비용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적립했는데, 올해부터 이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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