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각종 부실 수치가 급증하며 불황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추후 전망도 밝지 않아 관련 업권 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 등이 상향 조정되기는 했지만 수그러들지 않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좀처럼 잡히는 않는 물가,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등 곳곳에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국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4%포인트 올린 2.6%로 예측했다. OECD는 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세를 지목하며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와 함께 내수도 회복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금융권 내부적으론 위험 요소가 산재해 쉽사리 안도감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은 먼저 PF 불씨가 여전하다고 말한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 계획 등을 발표하며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PF 대출 잔액과 연체율 수치에 부실 우려를 떨쳐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134조3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2.42%에서 2.70%로 0.2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1금융권 대비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열약한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이 전 분기 대비 1.38%포인트 높아진 6.94%를 기록해 전 업권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 같은 영향에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5559억원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국의 PF 정상화 방안에 충당금 부담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권은 23조원 규모에 달하는 부실 사업장이 구조조정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돼 충당금을 쌓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기준 2금융권 PF 충당금 규모가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증권과 캐피털은 지난해 이익이 각각 3조원 이상으로 올해 이익에서 충당금을 일정 부분 수급할 수 있지만 지난해 손실을 낸 저축은행은 증자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잡히지 않는 물가도 문제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올해 2월(3.1%)과 3월(3.1%) 대비 석 달 만에 2%대로 관련 수치가 내려앉았지만 과일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10%가량 치솟는 등 물가 상승률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은행도 글로벌 정세에 따른 환율 흐름 등을 고려해 섣불리 금리를 낮추기 모호한 상황이다. 시장 기대와 달리 미국이 조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한때 장중 1400원대까지 뛰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물가 불확실성이 커져 인하 시점이 언제가 될지 불확실하다”며 “하반기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에 비해 훨씬 더 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중저신용자 혹은 부실 업체가 쏟아져 나올 수 있고, 이는 금융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며 “대출 등 자산을 늘리기 위한 영업력 못지않게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역량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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