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가 실질금리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정적자 규모가 늘어도 정부 부채 비율이 오르지 않는 이른바 ‘공짜 점심’ 요건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30일 서울 중구 한은 신축별관에서 개최한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석학들이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먼저 카를로스 카르발류 리우데자네이루 가톨릭대 교수는 이날 1세션(인구구조와 실질금리: 국가별 추이 분석) 발표에서 실질금리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인구구조를 꼽았다.
카르발류 교수는 “자국 기대수명 증가가 실질금리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실질금리는 자본 이동이 활발할수록 글로벌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국가 간에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질금리의 장기 추세는 대내적으로 기대수명 증가나 노동인구 변화 등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대외적으로는 자본시장의 글로벌화 정도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한편 2세션(재정적자의 골디락스 이론) 발표를 맡은 루디비히 슈트라웁 하버드대 교수는 ‘공짜 점심(free lunch)’에 대한 추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짜 점심이란 재정적자 규모가 늘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정부 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최근 연구들은 ‘명목금리(R) < 명목성장률(G)' 조건이 충족될 때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슈트라웁 교수는 “이론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정부 부채 비율이 높아지면 국채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명목금리가 상승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짜 점심에 더 엄격한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게 명목금리 대비 명목성장률 격차 확대다. 정부 부채가 비교적 많은 국가라면 부채 관리를 위해 명목성장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티아고 페레이라 박사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3세션(글로벌 중립금리의 결정요인) 발표자로 나선 그는 “금융위기 이후 노동인구 감소는 중립금리 하락, 글로벌 안전자산(미국 국채 등) 공급은 중립금리 상승 요인으로 각각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페레이라 박사는 “분석 결과 장기 중립금리는 자국 생산성 추세, 인구구조뿐 아니라 글로벌 안전 자산의 수급과 교역 상대국의 기초 여건 변화 등에도 영향을 받았다”며 “향후 고령화 등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확대는 장기 중립금리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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