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최대 5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는 은행·보험업권에 자금 지원 최우선 조건으로 ‘사업성’을 제시했다. 사업성이 있는 PF 사업장 가운데 법적인 다툼이 없고 후·중·선순위 대주단 간 분쟁이 없는 곳을 신디케이트론 우선 지원 대상으로 고려하라는 것이다. 사업성 평가는 은행권이 주도적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3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은행·보험업권은 신디케이트론 관련 회의를 이번 주부터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리고 세부 운영 방안을 확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금감원은 신디케이트론 지원 대상이 되는 PF 사업장의 기본 조건으로 사업성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 분쟁이 없고, 대주단 간 이견이 없는 사업장이라는 조건도 포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을 하는 데 있어 사업성 평가를 금융사가 직접 하고, 사업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 들어가라고 조건을 제시했다”며 “법률 다툼이 없고 후순위부터 선순위에 이르는 대주단 사이의 분쟁이 없는 곳을 대상으로 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신디케이트론은 PF 경·공매 매입자금을 공동으로 빌려주기 위해 은행과 보험사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대출이다. 최소 1조원, 최대 5조원 규모인 이 공동대출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개 은행과 삼성·한화생명, 메리츠·삼성·DB손해보험 등 5개 보험사가 참여한다. 신디케이트론은 사업성이 부족해 공사가 중단된 PF 사업장의 경·공매 등 재구조화를 위해 투입된다. 일시적 유동성 애로가 있는 정상 사업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부분에도 활용된다. PF 사업자는 신디케이트론의 조달 금리가 낮기 때문에 사업성을 보다 쉽게 개선할 수 있어 본PF 전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신디케이트론 시행의 첫 단계인 사업성 평가는 은행이 주도할 전망이다. 은행이 사업성 평가를 진행한 뒤 대출 지원 여부를 결정하면 보험사가 이를 따라가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디케이트론을 은행과 보험이 8대 2 비율로 분담하기로 한 만큼 은행은 최대 4조원을 부담해야 한다. 최대 1조원을 내야 하는 보험사의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은행권이 사업성 평가를 보수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은행권의 의견을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 출자 규모가 은행이 큰 부분도 있지만 보험업권에선 은행이 보수적으로 사업장을 평가해 지원을 결정할 것을 알기 때문에 은행이 결정하는 사업장에 따라 돈을 내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금융사별 신디케이트론의 출자 비중은 업권 내에서 동일하게 설정할 예정이다. 은행권이 최대 4조원을 부담해야 하므로, 각 은행은 최대 8000억원씩 돈을 내야 한다. 보험사는 최대 2000억원씩 총 1조원을 부담한다. 회의에서 일부 금융사는 신디케이트론 지원 PF 사업장이 결정되면 대출을 희망하는 금융사만 돈을 내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다수 금융사에서 PF 사업장의 위험을 분담하자는 신디케이트론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같은 업권에 속한 금융사는 동일한 비율로 자금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신디케이트론에 다른 금융사가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둘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 PF 사업장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인데, 이 금리 수준을 맞출 수 있다면 다른 은행, 보험사도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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