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세상에 완벽한 자동차는 없다지만, BMW의 준대형 크로스오버인 6시리즈 GT(Gran Turismo, 그란 투리스모)는 국내 시장에서 몇 안 되는 ‘만능형 차량’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독일 브랜드 특유의 단단한 주행감을 기반으로 스포티하고 신나는 주행이 가능하지만, 여기에 약간의 편안함과 여유로운 적재 공간을 더해서 세단과 SUV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잘 가져왔기 때문이다.
유럽과 달리 세단과 SUV의 중간 형태인 왜건·해치백이 기를 못 펴는 한국 시장에서 보기 드문 성격의 자동차인 만큼 고급 패밀리카를 원하는, 특히 넓은 공간은 물론 달리는 재미도 놓치기 싫은 운전자라면 한 번쯤 구매를 고려해 볼 만한 모델이 아닐까 싶다. 특히 BMW는 사고 싶은데, 좀 딱딱해서 망설이고 있떤 당신이라면 더더욱.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인상, 낮은 차체
이번에 함께 한 6시리즈는 630i xDrive GT 모델의 럭셔리(luxury) 트림이다. 엑스 드라이브(xDrive)는 BMW의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을, GT는 이탈리아어로 ‘장거리 여행’을 뜻한다. 후륜구동(RWD, Rear Wheel Drive)의 민첩함과 역동성에 4륜구동(4WD, Four Wheel Drive)의 안정성을 더한 주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보다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차량이라는 것.
함께 판매되고 있는 M 스포츠 패키지가 전면 하부 그릴을 중심으로 각이 져 있고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면, 럭셔리는 그보다는 약간 더 둥글고 부드러운 인상이 특징이다. 여기에 다소 둥근 모양의 그릴과 헤드라이트, 차체가 더해지며 전체적으로 유한 느낌의 디자인이 완성된다.
차체가 낮아 다이나믹한 주행에 적합하다는 점 역시 특징. 소위 ‘땅바닥에 붙어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세단과 SUV의 특징을 융합한 ‘크로스 오버’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날렵한 세단의 주행감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 올드하긴 해도… 고급스러움과 공간 활용도는 발군
내부는 솔직히 말해 좀, 많이 올드하긴 하다. 출시 시점이 조금 지났다는 걸 감안해도 상당히 예스러운 측에 속한다(특히 지난해 말 나온 5시리즈의 멀끔한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더더욱). 공조를 비롯한 물리 버튼들의 배치나 기어봉의 형태, 실내를 감싼 시트나 도어 트림에 사용된 색상 등 모든 면에서 한 세대 이전의 향기가 풍긴다.
위안이 되는 부분은 시트의 가죽이나, 도어 트림에 사용된 목재 등 내부 소재는 만져 보고 들여다 볼 수록 확실히 고급스럽다는 점이다. 또한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가 약간 올드하긴 해도 디스플레이나 클러스터 등 하드웨어의 형태 자체는 그리 낡은 것은 아니다. 최신화가 잘돼 있는 편이기도 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선명한 것은 물론 상세함까지 갖추며 스마트함을 더한다. 현재 속력이나 속도 제한 같은 기본적인 정보에 더해 다음, 그리고 다다음 진로까지 알려줘 상당히 유용하다. 다만 주행 보조 기능의 경우 작동이 용이하다는 점은 좋았으나 옆 차선에서 끼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늦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6시리즈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인 여유로운 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2열은 신장 174cm 성인 남성 기준 레그룸(다리 공간)이 주먹 3~4개로 상당히 넓은 편인 데다 헤드룸(머리 공간)도 주먹 1~1.5개 정도로 세단치고는 상당히 여유롭다. 트렁크도 2열과 이어져 시원하게 뚫려 있는 데다 리프트 백(트렁크 문과 유리가 일체화돼 함께 열리는 형태) 모델답게 크고 긴 짐도 적재할 수 있다. 세단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활용도다.
특유의 단단함에 편안함도 한 스푼… ‘맛있는 주행감’
기존 모델들 대비 조금 더 편안한 성격의 주행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6시리즈 GT는 결코 BMW의 슬로건인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훼손하는 녀석이 아니다. 물론 편안하기도 하지만, BMW 특유의 탄탄함이 고스란히 살아있어 타는 내내 즐겁고, 또 경쾌한 기분이 들었다. 왜 한국 사람들이 독일 차로 대표되는 ‘단단하고 스포티한 주행감’에 열광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도 정말 부드럽고, 서스펜션도 훌륭해 충격 흡수 능력도 좋다. 소음 차단 능력도 좋아 실내도 정숙하다. 심지어 브레이킹 시에 엔진을 잠시 꺼 뒀다가 가속 페달을 다시 밟으면 엔진을 켜주는 공회전 제한 장치(ISG, Idle Stop & Go) 이른바 ‘스탑 앤 고’도 생각보다 조용하게 작동한다. 이탈리아어로 ‘그란 투리스모(GT)’, 즉 장거리 운전(그랜드 투어링)을 목적으로 설계된 녀석이라 그런 지는 잘 모르겠지만, 운전의 재미라는 핵심 가치를 운전자가 피로해하지 않을 그 직전에서 잘 타협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출력이 부족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힘이 좋아 오르막도 거뜬하고, 에코 프로에서 컴포트, 스포츠로 한 단계씩 드라이브 모드를 바꿀 때마다 출력이 시원시원하게 올라간다.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도 발군이라 밟아 놓으면 쭉쭉 뻗는다. 뻥 뚫린 야간의 도로에서 150km가량의 속도를 높여 봤는데, 생각보다 조용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6시리즈 GT 모델의 최고 출력은 190kW(258마력), 제로-백(0km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4초다.
다만 연비는 50km 정도를 달리는 동안 9.5km/ℓ 정도를 기록했다. 복합 연비인 9.3~13.5k/ℓ의 마지노선에 걸친 느낌인데, 주행 습관이나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등락폭이 꽤나 큰 듯했다. 드라이브 모드 중 ‘에코’가 아닌 ‘에코 프로’ 모드를 만들어 놓은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는지.
‘만능형 패밀리카’ 찾는다면 의외로 좋은 기회일지도?
업계에 따르면 6시리즈 GT는 올해 4분기를 끝으로 완전히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SUV 열풍으로 인한 세단의 쇠퇴 속에 소비자 입장에서 애매한, 혹은 어중간한 성격을 가진 자동차들이 설 자리를 하나둘 잃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 4월, 6시리즈는 국내에서 단 210대 판매되는 데에 그쳤다. 같은 기간 1480대 판매된 BMW 대표 모델 ‘5시리즈’, SUV 라인인 ‘X시리즈’(X3, X4, X5, X6, X7)가 모두 판매량 면에서 6시리즈 위에 자리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판매 부진이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하지만 한국뿐 아니라 BMW의 ‘홈 그라운드’인 독일에서조차 외면받는 추세라고 하니, 이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닌 듯싶다.
비록 ‘이단아’로 취급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세단과 SUV의 장점에 운전하는 맛까지 살아있는 녀석인 만큼 고급 패밀리카를 찾는 이들에게 예상외로 좋은 구매 옵션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단종을 앞두고 한창 할인 프로모션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조건에 부합한다면 서둘러서 ‘BMW의 마지막 만능 준대형 차량‘이 될지도 모를 이 모델을 한 번 노려보는 건 어떠실지.
이 차, 누가 사면 좋을까?
고급 패밀리카를 사고픈데 SUV는 싫고,
달리는 재미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오너
(덜 딱딱한 BMW를 원하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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