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사들이 공사 진행을 위해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감소하고 있어, 신탁사에 기대 사업을 진행해왔던 건설업계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30일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신탁사 14곳의 신탁계정대 규모를 분석한 결과, 그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조855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탁계정대는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 신탁사가 자체 자금으로 대여해준 돈을 말한다. 주로 사업장 부실이나 자체 개발 등의 이유로 자금이 필요할 때 이용된다. 특히 시공사가 부도로 공사를 포기하는 등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기 어려울 때 신탁사가 대신 자금을 투입한다.
신탁계정대는 1년 사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2021년 말 2조1523억 원에서 2022년 2조5833억 원으로 늘어난 뒤, 작년 말까지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말은 전년 대비 87.9% 증가한 것이다. 직전 분기(4조800억 원)에 비해서도 약 16% 늘어났다.
작년 말 기준 신탁계정대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토지신탁으로, 8203억 원이었다. 대한토지신탁은 7523억 원, KB부동산신탁은 6859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자산신탁(4688억 원) △교보자산신탁(4404억 원) △코람코자산신탁(3938억 원) △하나자산신탁(2511억 원) △무궁화신탁(2465억 원) △한국투자부동산신탁(2370억 원) △신한자산신탁(2095억 원) △코리아신탁(1204억 원) △대신자산신탁(1124억 원) △우리자산신탁(1036억 원) △신영부동산신탁(131억 원) 등이었다.
각사별로 보면 1년 사이 몇 배 이상 신탁계정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대신자산신탁으로, 2022년 말 15억 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 74배 급증했다. 2022년 말 3억 원이었던 신영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도 1년 뒤 43배 늘어났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증가율이 높았던 곳은 △한국투자부동산신탁(322%) △신한자산신탁(264%) △우리자산신탁(195%) △KB부동산신탁(183%) △교보자산신탁(178%) △한국자산신탁(109%) 등이었다.
신탁계정대 증가는 신탁사 수익 감소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신탁사 14곳의 당기순이익 총액은 2491억 원으로, 전년(6426억 원) 대비 약 61% 감소했다.
심지어 올 1분기 14곳 신탁사의 1분기 순이익 총액은 -114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실적을 공개한 곳들을 보면, KB부동산신탁은 -469억 원, 교보자산신탁은 -263억 원, 신한자산신탁 -220억 원, 무궁화신탁도 -58억 원을 기록했다.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장은 지난해 말 기준 1117곳으로 확인됐다. KB부동산신탁이 17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자산신탁 166곳, 무궁화신탁 134곳, 하나자산신탁 117곳, 코리아신탁 111곳 등이었다.
이처럼 신탁사들이 부동산업계 불황으로 리스크를 떠안게 되자, 영업을 줄이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단 한 건도 차입형 토지신탁을 수주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말 대비 올 1분기 신탁계정대 규모를 582억 원 줄였다. 신탁업계는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책임준공형 신탁 수주도 대폭 줄이거나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탁사의 영업 환경이 건설업계에 비우호적으로 돌아서면 직격탄을 입는 곳은 중소건설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환경이 어려우면 금융사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버티고 회복할 수 있지만 돈줄이 막혀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건설사들은 일어설 힘이 사라진다”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규모 건설사들이 신탁사를 통해 비용을 마련해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급공사 위주로 사업을 해야겠지만, 포트폴리오가 없는 회사의 경우엔 이마저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업 위기에 놓인 중소 건설사들도 점차 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9일 기준, 올해 14곳의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다. 이 기간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는 총 1519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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