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재원으로 활용되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발행 누적 규모가 170조원을 돌파,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금채를 활용한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시중은행권보다 금리가 비싸 업체들의 이자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중금채의 경우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기업은행 특성상 일반 은행채를 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기업들이 기업은행 창구를 찾고 있는 터라, 소매금융 부문 강화 등 기업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 업체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금채 발행 누적 잔액은 170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155조1000억원) 대비 9.8%(15조3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총수신에서 중금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57.4%로 전년동기 대비 3%포인트 늘었다.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금채는 기업은행법에 따라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은행채다. 주로 업체들의 대출재원으로 활용된다. 기업은행은 그간 중금채를 꾸준히 늘려왔다. 최근 4년간 발행 잔액 추이를 보면 △2020년 122조1000억원 △2021년 132조7000억원 △2022년 152조7000억원 △2023년 169조5000억원을 기록, 매년 수십조대의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중금채를 통한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일반 시중은행권의 기업대출 대비 상대적으로 비싸 업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금채의 경우 일반 은행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높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위주의 영업을 하다보니 수신 가운데 예금이 차지하는 부분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반면, 개인 고객 위주의 영업을 하는 일반 시중은행은 예금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지난달 기준 기업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한도대출 평균금리는 7.63%로 4대 은행 중 최고인 우리은행(7.39%)보다 높았다.
기업은행은 일반 은행채를 발행할 수도 없어 중금채만 발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1961년 설립된 중소기업 전문 정책금융기관이다. 때문에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중금채로 조달하고 있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자수익이 큰 중금채 선호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기업은행의 소매금융 강화 등 일부 체질 개선 등을 통한 자금조달 포트폴리오 다양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을 찾는 업체들이 시중은행을 찾는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와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저원가성 예금유치 등 중금채에 의존하던 대출재원 마련 방안을 다양화해 업체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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