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했던 주요 금융 법안이 29일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다.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임에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작년부터 파행을 이어가면서 논의가 미뤄진 탓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무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1344건으로 이날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모두 폐기된다. 이 중 금융 당국이 막판까지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던 법안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다. 오는 8월 31일 일몰되는 예금보험료율 한도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예금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예보료를 받는다. 금융회사가 파산 등의 이유로 고객에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예보료는 예금 잔액을 기준으로 은행 0.08%, 저축은행 0.4%, 증권·보험·종합금융사 0.15% 등으로 책정된다.
일몰 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예보료율이 은행 0.05%, 증권 0.10%, 저축은행 0.15%로 각각 낮아지게 된다. 이 경우 예보료가 연간 7000억원가량 줄어 금융사 부실에 대비한 예금보험기금 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의 건전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기금의 안정적 관리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22대 국회에서 개정안 재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나, 원 구성 등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오는 9월 이후에야 법안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제도 공백이 불가피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원 구성이 확정되면 정무위원들을 대상으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중점 추진해 온 금융안정계정 도입도 무산됐다. 금융안정계정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되기 전에 예보가 선제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작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새마을금고 인출 사태를 계기로 금융 당국이 도입을 추진했으나,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로 지난해 12월 논의가 멈췄다.
카드사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 사고와 관련해 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금융 당국의 직접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사라진다. 현행법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회사 임직원이 횡령이나 배임을 저질러도 금융 당국은 해임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사고가 일어난 기관도 직접 제재할 수 없다. 정무위 관계자는 “이 법안은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이어서 회기 내 통과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 처리가 불발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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