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 정쟁으로 얼룩진 21대 국회가 끝나고 22대 국회가 30일 막을 올린다. 21대 국회는 180석 거대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공세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막아세우는 그림이 반복됐다. 소수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존재감은 없었다.
21대 국회는 ‘동물국회’로 불렸던 20대 국회(37.8%)보다 낮은 36.6%의 법안처리율을 기록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고준위법), 구하라법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 숙제는 22대 국회로 떠넘겼다. 여기에 ‘채상병 특검법’ 등 여야 대치 구도가 이어지고, 원 구성 협상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22대 국회 초반부터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29일 본지 인터뷰에 응한 정치전문가들 역시 21대 국회를 ‘정치 실종’, ‘총체적 난국’ 등의 단어로 혹평했다. 여소야대 구도가 더욱 선명해진 22대 국회 역시 대립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대 국회는 정치를 사라지게 했으며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없애버렸다”며 “16대 국회 당시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서로 협의하면서 지냈는데 지금은 상대를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정치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국회를 존중하지 않은 점, 야당은 전혀 타협하지 않고 강경하게 나선 점 등이 정치 실종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채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의 에필로그이자 22대 국회의 프롤로그로 규정하고 “결국 지금 상황은 21대 국회 연장선일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더욱 강력한 야당의 등장으로 가파른 대립각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너무 쉽게 행사하는 면이 있다”며 “이해관계와 철학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당들이 갈등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일하는 국회’가 될 것이다. 국민들도 다수 표결로 법안 몇 개를 통과시키고 일 잘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일침했다.
이들은 22대 국회에서는 정쟁보다는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피력하며 의원들이 입법 활동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과도한 정쟁을 줄이고 민생 입법 관련해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을 중심으로 통과시켜 입법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평론가는 “여야 모두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거대 야당으로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주도할 수 있다. 합의해서 성과물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고준위법 등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시급한 게 많다”며 “중대선거구제 실시, 위성정당방지법 등을 만들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냥 병립형 선거구제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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