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AI(인공지능) 열풍 속에 반도체주 사이에서도 HBM(고대역폭메모리) 수혜주와 비수혜주의 주가 향방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HBM 수혜주인 한미반도체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전거래일 대비 6200원(3.8%) 상승한 16만9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상장 이후 최고가인 17만34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말 대비 상승률은 174.3%로 국내 반도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1위였다. 이어 두자리수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SK하이닉스(43.1%) △이오테크닉스(35%) △리노공업(34.5%) 순이었다.
지난해말 6조원이었던 한미반도체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10조원 이상 늘었다. 이날 기준 한미반도체의 시총은 16조4100억원으로 삼성전자(448조9200억원)와 SK하이닉스(147조4200억원)에 이어 반도체 종목 중 3위를 기록 중이다.
증권가는 한미반도체가 AI 반도체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주력상품인 TC본더(열업착 본딩 장비)가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라 수혜를 받는다는 것.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매출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수주에 힘입어 지난해 약 10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대 후반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고객사 확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25년 전사 매출은 8000억원 이상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AI 서버에 인프라 투자와 이에 따른 HBM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며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 HBM)도 TC본더가 메인 장비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200 진입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4일 한국거래소 인덱스사업부는 한미반도체의 코스피200 편입 사실을 공지했다. 해당 공지 이후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해 공지일 대비 14.5%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코스피200 지수 편입은 기관·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기대가 더해져 호재”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주 사이에서 HBM 수혜주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수익률 2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HBM 선두주자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의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HBM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3위인 이오테크닉스는 HBM 전후공정에 사용되는 레이저 내재화 장비에 특화돼 있고, 4위인 리노공업도 HBM 후공정에 사용되는 테스트 장비가 주력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모바일과 PC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의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AI가 최근 주목받으며 반도체 섹터에서 HBM 관련 종목과 아닌 종목의 주가가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대비 30.9% 하락해 반도체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수익률 최하위를 기록한 DB하이텍의 경우 레거시 반도체(첨단 제조공정을 활용하지 않은 반도체)가 주력 상품이다.
이수림 연구원은 다른 보고서에서 “AI 반도체 중심의 투자 쏠림이 이어지며 DB하이텍의 8인치 파운드리의 가동률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BM 고수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 경쟁력을 챙기는 기업은 늘고 있는데 HBM 생산 가동률은 떨어지는 상황이라 공급부족으로 인한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가면 모바일 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나 AI 분야뿐 반도체 전반의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도 한미반도체의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한미반도체에 목표주가를 제시한 4개 증권사 중 3개 증권사가 기존 목표가를 상향했다. 4개 증권사가 제시하는 평균 목표가는 20만7500원으로 이는 이날 종가 대비 22.6%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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