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제도 개선…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 산정해야”
삼성전자 사측과 임금협상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한다.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적자를 만회하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등 활로 모색이 시급한 상황에서 회사 발목을 잡는 노조의 집단행동으로 삼성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사측의 2023년·2024년 임금교섭 병합 조건으로 교섭을 타결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양보했으나 사측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노조를 무시했다. 전삼노는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은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의 모두발언, 최순영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김인식 삼성화재 애니카지부 지부장의 연대발언, 전삼노 파업 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햇수로만 3년을 끌고 있다. 2022년 12월 노사 상견례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2023년·2024년 임금협상을 병합하기로 한 뒤 올해 1월부터 다시 교섭에 돌입했다.
이후 전날인 28일까지 8차례 임금·복리후생 교섭(본교섭 6회, 대표 교섭 1회, 실무교섭 1회)을 진행했으나 이견만 확인한 후 끝내 결렬됐다. 추후 교섭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노조는 8차 본교섭에서 사측 위원 2명을 배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측이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안건을 다루기 전 양측은 사측 교섭 위원 2명에 대한 입장 대립으로 고성이 오갔고 교섭 시작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사측이 교섭장을 이탈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삼노는 쟁의행위(파업) 확보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조합원 74.0%가 찬성,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파업은 우선 전국 삼성전자 사업장에 소속된 2만8400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연차 파업으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계획이 있다. 단계를 밟아가면서 총파업까지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본교섭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제도 개선”이라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인 OPI(초과성과이익금)는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지급된다. 여기서 초과이익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에 따라 산정된다.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이 차감된 값을 말한다.
손우목 위원장은 “경쟁사인 LG와 하이닉스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운영중이다. 그런데 왜 삼성전자는 EVA 기준인가. 직원들에게 조금도 더 나눠주기 싫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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