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29일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통과시킨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민주유공자법)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유공자법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은 “민주유공자법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며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유공자법에는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명확한 심사기준이 없다”며 “부산 동의대, 서울대 프락치, 남민전 사건 관련자 등 사회적 논란으로 국민적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들이 민주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유공자 결정을 행정부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대통령령의 개정 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위원 교체 만으로도 정권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유공자의 기준 및 범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장관은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에 따라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국가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양로·요양 지원 외에도 민주유공자 본인·자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대입사회통합전형의 대상’과 초·중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입학 정원의 20% 이상 선발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민주유공자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특별 혜택이 주어질 경우 공정한 가치가 훼손되고 일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켜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라는 게 강 장관의 설명이다.
강 장관은 국립묘지 안장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무고한 사상자를 발생시킨 부산 동의대 사건의 경우 희생자인 경찰과 가해자인 사건 관련자가 각각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라는 이름으로 보훈의 영역에서 함께 예우받고, 안장될 여지가 있어 국립묘지법 개정 과정에서 유가족의 극심한 반발과 이에 따른 국론 분열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중대한 흠결을 가지고 있는 법안에 대해 추후 국회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야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보훈부는 민주유공자법에 따른 국가유공자 신청 대상자를 911명 정도로 추정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발행한 백서에 기록된 명단을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라며 “모든 국가유공자는 본인의 신청에 따라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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