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상장폐지를 위해 기업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예전과 달리 쉽지 않은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헐값 매수’에 나서다 보니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심해 재차 공개매수에 나서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의결권을 모으는 등 상장폐지를 막으려 하지만 상법상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라는 조항 때문에 사모펀드를 막아내기는 어려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한국이커머스홀딩스이호는 27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커넥트웨이브 상장폐지를 위한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공개매수가는 1차와 동일한 주당 1만8000원으로, 주식 보유 비율을 87.60%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1차 공개매수에서는 지분 76.88%를 확보했다.
락앤락도 2차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홍콩계 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1차 공개매수에서 주당 8750원에 지분 15.8%를 확보했으나, 예상보다 매입 물량이 적어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개매수가는 1차와 동일하다.
커넥트웨이브의 공개매수가는 1만8000원으로 28일 종가 1만7890원보다 약간 높지만, 과거 고점의 반도 안 된다. 락앤락의 매수 가격도 과거 최고가의 3분의1 수준이다.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손해를 보고 공개매수에 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커넥트웨이브와 락앤락 종목 토론방 등에서 투자자들은 “적정 가치로 둬도 매도할까 고민인데 헐값에 팔라는 건 주주들을 우롱하는 것”, “금융감독원부터 국민신문고까지 사모펀드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PEF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커넥트웨이브와 락앤락의 공개매수신고서에는 “본 공개매수와 관련해 공개매수자와 대상회사의 최대주주, 임직원 및 주주간에 이해관계의 대립을 발생시킬 수 있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공개매수로 자진 상장폐지 요건(코스피 종목 95% 지분율, 코스닥 종목 90% 지분율)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나라 상법상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란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완전모회사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모회사의 주식을 받는 것을 뜻한다. 상법 제360조의 2에 규정돼 있다. 지난 2월 쌍용C&E 공개매수를 진행한 한앤컴퍼니 역시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최근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기업 공개매수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다. 때문에 PEF들의 ‘헐값 상장폐지’ 논란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서 의결권을 모으며 공론화시키고 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소액주주들은 사모펀드가 회사를 올바르게 경영해주길 믿고 기다렸던 투자자들이 대다수인데 사모펀드들이 낮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다 보니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순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회사 M&A 거래에서 주주 보호의 법적 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공개매수가격에 대해서는 사후규제 방식을 취하면서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이전 1년간 최고거래가격 이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의무공개매수의 주된 목적이 대상회사의 주주에게 퇴출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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