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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노동력 부족은 실존적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대안은 물리적 인공지능(AI)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의 장점을 살려 AI 기술을 접목한 자동차·로봇 분야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로봇공학 분야 석학인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4’ 기조강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기회”라며 “어떤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로봇 서비스가 가능해질지 파악하는 것이 미래 사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계 최고의 두뇌 인재가 모인 MIT에서 생체모방로봇연구소를 이끌면서 차세대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전기모터를 단 사족 보행 로봇 ‘치타’를 개발했고 2006년에는 ‘스티키봇’으로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 영예를 안았다.
그는 로봇을 어떻게 연구실 밖으로 나오게 할 것인가에 대해 10년간 고민했다고 말했다. 공장 안에서 단순하게 입력된 행동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와 상호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등 생성형 AI는 인간의 데이터를 모아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쏟아져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AI를 탑재한 로봇이 우리의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려면 결국 ‘손’을 잘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물류센터나 공장에서 쓰이는 단순한 로봇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하드웨어와 AI를 동시에 개발하는 기술이 앞으로 필수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가상 AI 기술은 물리적 AI로 전이되지 않는 만큼 그것만으로는 큰 비즈니스가 되기 어렵다”며 “결국 교육을 통해 정보를 관리·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AI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래 로봇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지능’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로봇 기술의 난이도를 사람의 능력에 빗대 판단하고 로봇을 의인화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할 수 있다”며 “예컨대 그릇에 더러운 것이 묻으면 설거지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는 로봇을 보고 사람처럼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로봇 균형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물리적 AI를 개발하기 위한 언어, 즉 ‘로보 랭귀지’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는 주머니에 뭔가 넣었다가 빼는 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며 “사람의 언어와 행동 사이에서 로봇에 가르칠 수 있는 로보 랭귀지를 만드는 것이 물리적 AI로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의 장점을 살려 AI 기술을 접목한 자동차나 로봇 분야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기술 패권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지금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물리적 AI를 탑재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점차 노령화되는 사회에서 부족해지는 노동력을 채울 방법은 물리적 AI만이 대안이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이 내일 사라진다고 사회가 붕괴하지는 않지만 노동력이 절반으로 떨어지면 사회는 망한다”며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물리적 AI가 가상 AI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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