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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스트리트북스] 미미한 것들의 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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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북에디터 유소영]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02년만 해도 우리가 이렇게 절망과 무력감에 빠져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구에 대한 사람들 관심이 지금보다 더 적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구를 살리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우리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때는 책을 읽으면서 간혹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왜 빨랫줄이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의한 물건으로 선정되었는지 말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당연히 빨래는 빨랫줄에 걸어 말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읽으니, 이해가 간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빨래건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 엄마도 건조기를 너무나 갖고 싶어 한다. 수건이 뽀송뽀송 마르고 옷에 붙어 있던 온갖 먼지가 다 떨어진다지만 나는 왜 굳이 옷을 말리는 데 건조기까지 써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저자 역시 당시 일반적으로 건조기를 사용하던 서양 사람들에게 ‘옷 말리는 일에 전력을 이렇게나 많이 소비해야 하는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옛날 북미에서는 빨랫줄 사용이 불법이었다. 또한 주택보유자협회나 아파트 관리회사가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입주민의 빨랫줄 건조를 막았다고 한다. 2008년에는 빨래를 널지 말라는 요구를 무시한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빨랫줄은 2009년 플로리다를 시작으로 ‘빨래 말릴 권리(right to dry)’를 제정하는 주가 늘어나며 사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변화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지금 한국은 출산을 장려하지만 콘돔도 지구를 살리는 물건이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고래 한 마리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콘돔은 이런 인간족의 과도 팽창을 억제해 주는 환경 보호의 1등 공신이다.거기다 각종 성병도 막아주니 얼마나 유익한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자녀 계획이 없다면 꼭 콘돔을 쓰자.

지금 저자가 다시 책을 쓴다면(원서가 출간된 때는 1999년이다) ‘타이 국수’는 한국 음식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본다. 타이 국수가 선정된 이유는 쌀과 채소를 주원료로 하며 고기 중심 식생활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건강 비건식으로 주목받는 김밥도 지구를 살리는 음식으로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구를 살리는 물건 중에는 천장 선풍기도 선정되어 있는데 대기오염의 주범이며 전기 도둑인 에어컨을 대신할 수 있어서다. 에어컨의 10분의 1에 불과한 전력을 소모한다. 공기가 순환하지 않는 방보다 온도를 섭씨 5도나 내려준다고 한다.

하지만 여름이면 견딜 수 없는 무더위가 찾아오는 한국에서 에어컨 없이 살라고 권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나도 선풍기를 끌어안고 더위를 참다가 몇 년 전에 에어컨을 결국 사고 말았다.

이 책에서 우리는 천장 선풍기에 대한 글을 읽고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쓰면 선풍기가 실내에 냉기를 골고루 퍼지도록 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냉방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처럼 작은 실천이 무엇을 바꿀 수 있나 싶겠지만 우리는 지구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래서 이런 미미한 것들 하나하나가 결국 지구에 연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머지 지구를 살리는 물건이 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20여 년이 넘은 책이지만 아직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가 있는데, 서울 중산층에 속한 평범한 시민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생활용품의 이면에 감추어진 생태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트의 환경운동가들이 서울 중산층 시민의 하루를 예로 들었을 리 없다. 번역, 출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실제 소비 생활을 반영하였다고 한다.

|북에디터 유소영. 책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느라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슬픈 출판 기획편집자. 요즘은 눈을 감고도 읽을 수 있는 오디오북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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