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령·JW중외제약·HK이노엔·유한양행 등 항암·수액제를 판매하는 기업들 위주로 의정 갈등에 따른 매출 하락이 우려된다. 상급종합병원에 납품하는 전문의약품 비중이 많은 기업일수록 여파가 클 것이란 예상이다.
앞서 올 1분기에는 대부분의 제약사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다. 이 시기는 의정 갈등에 따른 영향이 비교적 제한적인 데다, 대형병원 공백을 중소형 병원이 메우면서 실적을 어느 정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수액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JW중외제약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2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 증가한 실적을 냈다. 특히 일반수액과 영양수액 합계 매출액은 518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HK이노엔은 역시 지난 1분기 수액 매출이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다. 보령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은 23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6% 늘었다.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2.2% 성장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3월부터 전공의 파업이 본격화됐기 때문에 1분기 실적 반영은 제한적이었다”며 “파업이 6월까지 지속된다면 영향을 받는 기업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제약사 중에서도 특히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 상급병원을 위주로 영업을 하는 업체의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증·응급환자 이외에는 수술이 미뤄지고 있는 데다 수술 후에도 바로 퇴원해야 하는 구조라 주사제나 수액 처방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제약사 연구·개발(R&D)에도 제동이 걸렸다. 의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신약 개발 임상시험 관련 심사가 지연돼서다. 의료계에서 영업사원과 약속을 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제약사 영업망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부 대형병원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병원 교수들의 업무 과부하에 따라 제약사 영업사원 대면을 제한한다는 취지에서다.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현재 외래·수술·입원 등 진료를 교수가 모두 맡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실적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매출 실적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 규모도 쪼그라들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바이오 투자액은 2022년 1조1058억원으로 급감한 후 지난해에는 8844억원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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