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국회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둔 채 보험료율만 지금보다 3~6%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야의 절충안인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4% 안도 재정 안정을 달성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지 5월 27일자 1·5면 참조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2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제4차 연금연구회 세미나에서 “소득대체율을 단 0.1%포인트라도 올리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득대체율을 44%로 올리면 수지균형보험료율은 21.8%가 된다”며 “보험료율을 13%로 올려도 8.8%포인트가 부족해 부채가 누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 차례 보험료율을 올려 다음 개혁 때 재정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지균형보험료율은 보험료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뤄 장기재정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보험료율이다. 현재 연금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2028년 기준)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전영준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연금개혁안은 미적립부채를 거의 개선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적립부채는 1825조 원으로 추정된다”며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절충안으로 계산해보면 미적립부채는 1846조 원으로 소폭 늘어난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 효과가 소득대체율 인상효과를 상쇄한다는 의미다. 전 교수의 추계에 따르면 절충안의 2093년 기준 누적적자는 4경 250조 원에 달한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금 부족분을 국고로 매울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연금 재정을 악화시키듯 국가채무도 악화시킬 예정”이라며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28.8%에 달한다는 추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이 고갈될 시점에는 매년 GDP의 5~8%에 달할 기금 적자분을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공적연금 판매자로서 국가는 공적연금 지속가능성에 무한책임이 있다”며 “보험료 수입과 급여 지출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할 의무가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연금개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은 전날 “(여당이) 무기력한 상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연금 개혁의)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소속인 윤창현·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21대 국회 내에서 모수개혁을 마무리짓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9개월 논의 끝에 두 개의 안으로 좁히고 여당이 주장해온 안을 수용하기까지 했다”며 “이것도 받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개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