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너도나도 인공지능(AI)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와 투자자의 관심이 온통 AI에 쏠려있는 만큼 AI를 언급하지 않는 기술 기업이 있다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기업들이 AI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다음 엔비디아를 찾느라 분주하다.
시장조사회사인 팩트셋에 따르면 3월 15일부터 5월 23일까지 1~3월 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모든 S&P500 기업의 컨퍼런스콜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199개 기업이 AI를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5년 평균인 80건과 10년 평균인 50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팩트셋이 집계가 가능한 최소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확인했을 때 이번만큼 많은 S&P500 기업이 실적 발표에서 AI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이전 기록은 지난해 2분기 때의 182곳이었다.
AI 언급 기업, 10년 만에 최고
올해 AI를 언급한 199개 기업의 컨퍼런스콜에서 AI가 언급된 평균 횟수는 11회였다. 특히 S&P500 기업 중 12개 기업은 AI를 50회 이상 언급했다. 메타 플랫폼(95회), 엔비디아(86회), 마이크로소프트(74회) 순이었다.
예를 들어,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5일 3월 31일로 끝난 회계연도 3분기에 강력한 실적을 발표하며 “마이크로소프트 (AI 비서인) 코파일럿과 코파일럿 스택을 비롯한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제품이 모든 역할과 산업에서 더 나은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과 도구를 사용하여 자체 AI 솔루션을 구축함에 따라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Azure)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면서, 개발자가 기본 인프라를 관리할 필요 없이 대형언어모델(LLM)과 소형언어모델(SLM)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형 모델(Models as a Service)’ 상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처럼 AI에 대해 언급하는 기업이 많은 이유는 당연하게도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술을 도입하는 기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미 컴퓨터기술산업협회(CompTIA) IT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2곳인 22%의 기업이 제품과 작업흐름 전반에 걸쳐 AI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33%의 기업은 제한된 범위이긴 하나 그래도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3곳 중 1곳은 AI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AI 붐이 불다 보니 AI 기업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따라서 AI 분야 사업을 강화하면 주가 상승의 혜택도 볼 수 있으니 주가를 고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조건 ‘득’이 되는 AI를 언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AI 칩 분야 점유율이 90%가 넘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5월 22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200.69% 상승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5년을 놓고 봤을 때는 주가 상승률이 2000%가 넘는다.
다음 엔비디아 타이틀을 거머쥘 기업은?
투자자들은 ‘다음 엔비디아’가 누가 될지 찾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엔비디아처럼 엄청난 실적을 낼 AI 기업에 미리, 즉 주가가 그나마 덜 올랐을 때 투자해놓으면 몇 년 뒤에 엔비디아 투자자처럼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 금융투자 전문매체인 인베스터플레이스(InvestorPlace)는 지난 8일 다음 엔비디아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 기업으로 팔란티어 테크노롤지스, TSMC,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즈(AMD)를 꼽았다.
모두 인상적인 실적을 내며 빠르게 성장해서 월가에서 주가를 낙관적으로 보는 펀더멘털이 튼튼한 기업들이다.
미국의 종합 테크 매거진 테크레이더는 20일 엔비디아의 다음 경쟁사로 AMD나 인텔이 아닌 기업용 AI 칩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와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창업한 팹리스 스타트업 그로크(Groq)를 꼽았다. 모두 최근의 AI 컴퓨팅 붐으로 엄청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란 설명이다.
세레브라스 CS-3 칩은 엔디비아의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GB200)’보다 훨씬 작으며, 두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자동차 핸들 크기 정도다. 세레브라스는 이 칩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확장성이 뛰어난 AI 가속기”라며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세레브라스는 아직 비상장 회사다. 다만 미국 투자매체인 더모틀리풀(The Motley Fool)에 따르면 세레브라스가 올해 기업공개(IPO)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지만, 연내 IPO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로크는 LLM을 효과적이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구축된 전용 LPU(언어처리장치) 추론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자사의 LPU 추론 엔진에 대해 “단순한 설계로 상당한 성능과 효율성 및 정밀도를 자랑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추론 시스템을 가속화해주는 시스템”이라며 “현재 대규모의 생성형 언어 및 텍스트 모델인 (메타의) 라마-2(Llama-2) 70B를 사용자당 초당 300개의 토큰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크는 지난해 8월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에 칩 설계와 제조를 맡겼다. 현재까지 약 4500개의 칩을 생산했지만, 2025년 말까지 150만 개의 칩을 추가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단 그로크 역시 비상장 회사다. 따라서 미국 증시에서 살 수가 없다. 현재 투자를 받는 단계에 있고, 현재 2025년이나 2026년은 돼야 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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