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 이하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삼성전자 내부 거래뿐만 아니라 AMD라는 대형 시스템 반도체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ITF World 2024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AMD 반도체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기존 핀펫(3차원 구조) 공정 대신 3㎚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에서 신형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3㎚ 공정에서 GAA 기술을 도입한 곳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유일하다.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2㎚ 이하 공정부터 GAA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실상 리사 수 CEO가 직접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새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 없다.
GAA는 트랜지스터 전류 누설을 막기 위해 채널 4면을 모두 게이트로 감싸는 기술이다. 기존 핀펫보다 누설전류를 줄일 수 있어 채널 간 간섭이 심한 초미세 공정 기반 반도체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필수 기술로 꼽힌다.
AMD가 삼성전자 3㎚ GAA 공정에 위탁생산하는 반도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자사 주력 반도체를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소비자용 중앙처리장치(CPU)인 ‘그래나이트릿지’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인스팅트’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예측한다. 소비자용 CPU는 주문생산량이 많고 AI 반도체는 개별 단가가 높은 이점이 있다. 다음 달 대만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24 행사에서 구체적인 정보가 드러날 전망이다.
AMD라는 대형 고객을 수주함으로써 삼성전자 파운드리 실적 개선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 GAA 1세대 공정을 2022년 6월부터 가동했으나 그동안 퀄컴·엔비디아 등 대형 팹리스를 고객으로 유치하지 못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주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AP를 양산하며 팹을 지탱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대형 팹리스 고객 확보의 물꼬를 틂에 따라 초미세 공정에서 TSMC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상반기 중에 2세대 3㎚ GAA 공정을 상용화하며 초미세 공정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방침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 개선됨으로써 삼성전자 3㎚ GAA 공정은 전보다 전력누수가 줄어들면서 수율이 한층 향상될 전망이다. 이는 특히 전력소모를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미국 대형 팹리스의 AI 반도체 양산에 유리한 요소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DS부문 사업부별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수익을 확대했지만 파운드리는 아직 적자 상태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삼성전자가 선단공정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관련 매출 성장세가 두 자릿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올 하반기에는 파운드리 사업도 흑자 전환이 유력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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