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있어도 거래가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며 문의가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27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곳곳에는 ‘신속한 사업 추진으로 보답하겠다’ 등의 문구가 담긴 건설사, 신탁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1970년대 준공된 노후단지로 세월의 흔적은 가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재건축 기대감으로 신고가가 속속 나오며 들썩이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가격이 오르며 거래가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교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최모씨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거나 사업 속도가 빠른 단지 중심으로 급매가 소진되고 관심이 높아지며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광장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임모씨는 “특히 매물이 귀한 중소형 면적대의 경우 문의가 늘어 가격이 점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집주인들이 전고점 때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여의도 미성아파트 전용 162㎡는 전고점 가격(29억8000만원)보다 훌쩍 뛴 40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최근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에서 신고가 또는 전고점에 근접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아파트는 지난 22일 전용면적 139.31㎡ 매물이 48억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여의도 대교아파트 전용 133㎡는 최고가인 2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9일에는 공작아파트 전용 125㎡가 최고가인 26억원에 매매됐다. 삼부아파트 전용 135㎡는 지난달 17일 29억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이달 25일 광장 전용 117㎡는 2년 전 기록한 최고가인 20억원에 거래됐다.
한강변·업무지구에 인접한 우수한 입지에 총 16개 단지가 재건축을 진행 중인 만큼 사업이 단계를 밟아갈 때마다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여의도 재건축 단지 소유주는 “여의도 입지와 재건축 이후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안 오를 이유가 없다”며 “시범, 한양, 대교 등 주요 단지들 현재 가격도 아직 저평가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상업지역 비주거 비율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시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해 사업성 개선도 기대된다. 개정된 조례는 상업지역 안에서 주거복합건물을 새로 지을 때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는 비주거비율을 기존 20%에서 10%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비주거 비율이 낮아지면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어,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 사업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총 17곳, 8000가구에 이른다. 앞서 시공사 선정을 마친 공작(대우건설)과 한양(현대건설)에 이어, 서울시 신통기획 자문방식사업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대교 아파트가 ‘여의도 재건축 3호’로 꼽힌다. 하반기 시공사 선정 앞두고 있는데 롯데건설과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다수 건설사가 관심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광장 △대교 △목화 △미성 △삼부 △서울 △수정 △시범 △삼익 △은하 △장미 △진주 △초원 △화랑 등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부 단지에서는 갈등이 발생하며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대표주자인 시범아파트는 서울시와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 문제로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과 주민들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시범아파트 토지등소유자 A씨는 “데이케어센터 이슈가 떠오른지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도 건축심의 진행 현황을 알 수 없어 사업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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