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완전히 승인한 데 이어 최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최초로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첫 단계까지 통과시켰다. 반면 국내에선 금융 당국이 나서 가상자산 현물 ETF 개설과 거래를 막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빠르게 관련 법을 개정해 가상자산 현물 ETF 시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자본시장법 ‘기초자산’에 가상자산 포함 여부가 쟁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현물 ETF의 중개 및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됐을 때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가상자산 현물 ETF 중개·거래 금지 이유를 밝혔다.
금융위가 거론한 지점은 자본시장법 4조다. 이 조항은 증권에 대해서 다루는데 증권상품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기초자산’을 규정한다. 이 조항 속 기초자산에 포함되는 항목에 가상자산이 적시돼 있지 않다. 다만 기타 항목도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과 법조계 내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 관련,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의 유권해석만으로 기타 항목에 가상자산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견해와 법 조항에 명시되기 전까지 가상자산은 기초자산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만큼 금융 당국이 보수적으로 자본시장법을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규제도 걸림돌
자본시장법 속 가상자산 문구를 넣는다고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 걸림돌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역시 현물 ETF 출시를 방해하는 요소다. 해당 법 10조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막는 조항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엄금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에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자본시장법과 달리 시장조성을 위한 예외조항을 두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법 때문에 가상자산 현물 ETF를 위한 유동성 공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ETF 시장에서는 증권사를 비롯한 유동성 공급자(LP·Liquidity Provider)가 존재한다. LP는 소규모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ETF를 매매할 수 있도록 특정 호가 범위 내에서 상품을 사고팔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LP의 시장조성 행위가 없다면 유동성이 부족해 ETF 가격이 심하게 평가절하되거나 가치 대비 거래량이 바닥을 치는 등 시장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ETF 시장의 위험성이 커진 상황에선 자산운용사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ETF를 개설할 동기도 없어진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변호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조성 행위가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시점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되더라도 유동성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금융투자업계 참여 환경 조성해야”
가상자산업계 내에선 자본시장법 개정과 동시에 시장조성 행위 관련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유동성 공급이 허가되지 않는 환경에서 기존 금융투자업계의 자발적인 가상자산 현물 ETF 시장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은 물론, 시장조성 행위 허용 등 기존 주식 시장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해야 기성 금융투자업체들이 가상자산 현물 ETF 산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