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28일 열린다. 재표결 결과에 윤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속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여야 모두 총력전에 나섰지만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그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직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재표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요건이다. 출석이 가능한 295명이 모두 투표한다면 범야권 180명 외에 국민의힘에서도 17명이 찬성해야 재의결된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김웅‧김근태‧안철수‧유의동‧최재형 의원 등 5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불출마·낙천·낙선한 여당 의원 55명도 ‘소신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여당은 이탈표 단속을 위해 ‘단체 기권’을 검토하고 있다.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하되 투표소에는 입장하지 않는 방식이다. 다만 ‘북한식 공개 투표냐’는 비판과 여론의 역풍을 피하긴 어렵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헌법과 양심’에 따른 결단을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택을 기억할 것”이라며 “용산(대통령실)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른바 ‘VIP 격노설’을 겨냥해 “대통령도 사람인데 격노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격노 이후 격노에 따른 부정불법 행위가 있었냐, 수사가 방해받았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사퇴를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하고 “대통령 격노로 수사가 방해되고 진실이 은폐됐다면 이건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외에도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여권이 반대해온 쟁점 법안 일부를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연금개혁안은 정부와 여당 측 반대를 넘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개혁 안건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해야 법제사법특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현재 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의원으로 특위 개의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9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다며 여야 간 막판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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