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30대 전세 주택 거주자의 살림살이가 가장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급등해 전세 보증금의 가치가 낮아진 반면, 대출 이자 부담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최근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총 12.8%(연율 3.8%)로 2010년대 평균(연평균 1.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는 크게 위축했다. 민간 소비의 경우 올해 들어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2015~2019년 추세를 크게 밑돌았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의 실질가치도 떨어져 소비 여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분석 결과,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 상승률은 각 16%, 15.5%로 청·장년층(14.3%)과 고소득층(14.2%)보다 높았다.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식료품 등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두 그룹에서 컸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경우 대체로 부채보다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계층인 만큼, 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 경로로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30대 이하 연령층 내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른 실효물가 상승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등을 보유한 가계는 물가상승에 따라 부채의 실질가치가 줄어 이득을 봤지만, 금리가 인상해 이자 비용으로 인해 그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됐다.
특히 부채와 전세보증금을 동시에 보유한 30대의 경우 물가와 금리 모두에서 손해를 입는 경우가 나타났다. 예컨대 주담대로 자가 주택을 마련한 가계의 경우 물가 상승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과 부채 하락의 이득을 동시에 누렸지만, 대출을 일으켜 전세를 선택한 이들은 물가와 금리 양쪽에서 손해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특히 3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나타났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2021년 이후 물가가 민간 소비를 상당폭 둔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은 가계에서는 공적 이전소득 증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소득 증가 등이 물가의 부정적 영향을 다소 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물가는 실질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만큼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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