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입시에서 의과대학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상처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 하다. 일생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중대한 시험에서 이렇게 한 분야에서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왜 이렇게 의대에 열광하는 것일까.
혹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당시부터 공대 몰락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 당시 방송사 및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시각으로 목격한 학습의 결과는 면허(라이선스)가 있는 직업이야말로 제2의 인생을 꾸릴 수 있고 혹시 모를 사회 변화에도 나의 작은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 예로 어느 방송에서는 1990년대말 전국 수능시험 수석들은 자연계 경우에는 물리학과, 전기전자, 화공과, 의대 등으로 고르게 분포했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의대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분석해보면 서울대 상위학과 성적 위에 전국의대 성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부분 학생들이 의대에 열광하고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있을까 싶지만 전자공학을 평생 학문으로 선택한 필자 생각에는 물적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현재의 국가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출을 통한 산업증진과 이공계 투자를 통한 열매가 국가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마음 한켠에는 ‘공학의 살길’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되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또 공학인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또 하나의 폭풍으로 현재 대학가를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전공자율선택제’다. 일명 무전공으로서 대학 혁신 지원사업 인센티브 평가에서 제시된 교육혁신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학과간 벽허물기 평가 연장선에서 2024학년도 평가를 계획하고 실행할 예정이다.
여러 평가영역 중에서도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대학의 교육혁신이 어느 정도 추진 성과를 가지고 있느냐가 주요한 평가 내용이다. 유형1(자유전공학부와 같은 모집단위)과 유형2(계열별 또는 단과대학별 전공자율선택 모집단위)의 적절한 조합이 신입생의 25% 이상이면 가점도 부여된다. 아마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이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내부 구성원간의 치열한 논쟁을 겪고 있으리라 예상된다.
입학 후 이르면 4년 뒤에 발생하는 취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특정학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문과쪽으로의 지원율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같은 쏠림현상과 함께 각 학교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 정책을 고민할 것이다. 공대 또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무전공 입학으로 인한 전반적인 학습능력 저하 및 이에 수반되는 1학년 수학관련 교과목의 재교육이 주된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이 외에도 수반되는 다양한 문제점으로 학사행정, 일반행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어느 원로교수의 새로 나온 번역서로 ‘대학 때 놓친 수학’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공학관련 교과목은 특히 수학에 기초를 많이 두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고 응용하기 위해 많은 인내력이 필요한 분야다.
무전공으로 진학한 학생들이 언젠가는 본인의 전공을 선택할 시점이 다가올 때 또 다시 방황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특히 생각과 철학이 무너진 단순한 기술인이 아닌 본인들이 하는 연구가 향후 사회구성원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개념있는 공학도’가 배출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지원 및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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