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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 지우려는 새마을금고 vs 메리츠증권 손잡고 버티려는 사모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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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한때 최고의 파트너였다. ST리더스PE가 새마을금고를 등에 업고 M캐피탈(옛 효성캐피탈)을 인수한 뒤에는 사실상 새마을금고의 돌격대장 노릇을 했다. 새마을금고가 선순위로 투자하는 곳에 후순위로 들어가 힘을 보태거나, 새마을금고가 점찍은 투자처에 대신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우정은 불법으로 맺어져 있었다. ST리더스PE가 새마을금고 관계자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로 구성된 새마을금고 경영진은 자연스레 ST리더스PE와의 연을 끊고자 했다. 어두운 과거를 지우고자 M캐피탈 운용사(GP) 자격을 박탈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ST리더스PE 또한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메리츠증권과 손잡고 버티는 국면에 들어갔다.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영업점 모습. 2024.4.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영업점 모습. 2024.4.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캐피탈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최대 3000억원 한도로 자금을 조달한다. 최대 출자자(LP)인 새마을금고가 GP 교체를 조건으로 돈을 대겠다고 했으나 ST리더스PE는 이를 거절하고 ‘외세’를 끌어들인 것이다.

M캐피탈은 자금 사정이 빡빡하다. 그런데 LP인 새마을금고를 제치고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조건은 더 나빠졌다.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기 위해 보유 중인 사모펀드와 신기술투자조합 등 출자금과 사채, 인수금융, 신탁 2종 수익권 등 약 7695억원에 달하는 투자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담보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당초 M캐피탈의 투자 자산에 질권 담보를 설정하는 조건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나, 메리츠증권의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양도 담보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질권 담보는 담보 자산의 소유권이 채무자에게 있지만 양도 담보는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조건부로 넘어간다. M캐피탈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빌린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담보로 넘긴 투자 자산의 소유권이 메리츠증권에 귀속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메리츠증권이 ST리더스PE가 외통수에 몰린 상황에서 가장 좋은 자금 집행 조건을 따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M캐피탈은 일단 오는 28일 1000억원을 일시금으로 지급받은 뒤 나머지 2000억원에 대한 차입 시기는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M캐피탈은 이 돈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다. M캐피탈이 이달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2191억원에 달한다. 여전채 1500억원, 전자단기사채·기업어음(CP) 140억원 등이다.

M캐피탈이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과 손을 잡은 것은 핵심 출자자인 새마을금고로부터 GP 교체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버티기 위해서다.

ST리더스PE는 지난 2020년 말 M캐피탈을 인수했다. ST리더스PE는 당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약 3800억원에 M캐피탈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때 새마을금고가 LP로 1500억원을 출자했다.

문제는 ST리더스PE가 M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새마을금고 관계자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며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새마을금고 관계자와 M캐피탈 관계자는 법정 구속됐다. 새마을금고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최원석 전 ST리더스PE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새마을금고는 유동성 위기에 처한 M캐피탈의 현 상황을 기회로 ST리더스PE의 GP 교체를 추진했다. 그러나 ST리더스PE는 GP 교체를 전제로 하는 자금 지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GP 교체를 전제로 하는 차입은 업무상 배임으로, 이를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는 LP 전원의 동의를 받아 ST리더스PE의 GP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VIP자산운용, 농협캐피탈, 코리안리 등 일부 LP가 반대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받은 대출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 M캐피탈의 자금 조달 사정이 나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핵심 투자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일단 GP 자격 박탈 대신 자격을 정지하기 위한 출자자 총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M캐피탈의 핵심 자산을 메리츠증권에 넘긴 탓에 GP 자격 박탈을 반대한 선순위 출자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편 ST리더스PE는 M캐피탈의 매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 M캐피탈을 인수할 때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M캐피탈의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새마을금고 자체가 경영 악화로 M캐피탈을 인수할 처지가 아닐뿐더러 불법 리베이트 사건으로 엮인 ST리더스PE로부터 지분을 사 오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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