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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NPL) 투자 전문 회사들이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부실 채권 정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에 따른 경·공매 등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량 매물 선점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의 NPL 투자 전문 계열사인 우리에프앤아이(우리F&I)는 지난 21일 1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우리금융이 직접 지분 229만 주를 취득해 실탄 확보를 지원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F&I가 2022년 1월 설립 이후 시장 점유율을 지속해서 확대해가고 있다”며 “이번 증자를 통해 시장금리 상승으로 늘어나고 있는 NPL 투자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인 하나에프앤아이(하나F&I)도 오는 29일 수요예측을 통해 최대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이 1496억 원을 출자한 데 이어 올 초에만 297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올해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제치고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운용자산 3조 원을 목표로 제시하며 적극적인 시장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기존 1위 전업사인 유암코 역시 지난 24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총 2500억 원에서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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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사가 없는 주요 금융지주와 증권사, 운용사들도 올해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예고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달 NPL 펀드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하고 위탁운용사 선정에 나섰다. IBK금융그룹은 올 초 부동산PF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유암코와 1500억 원 규모의 NPL 투자펀드를 결성했다.
실제 올해 NPL 시장은 전례 없는 활기를 띠고 있다. 금융당국이 만기 연장을 통해 연명해온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해 새 평가기준을 도입하는 등 부동산PF 정상화발 매물이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지난달 1~15일 진행한 부동산 PF 경·공매 건수는 모두 32건이며 이 가운데 3건이 낙찰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경·공매 물건이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 금융권이 NPL 매입 등에 쓰일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다음 달 조성하는 등 경·공매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의 부실채권(NPL) 매각 규모도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 여파로 자영업자나 개인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4분기에만 4조 7000억 원 규모의 NPL을 매각했다. 1분기 2조 7000억 원에서 2분기 3조 9000억 원, 3분기 3조 3000억 원까지 지속해서 매각 규모가 지속해서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부동산PF 사업장들이 만기를 수년씩 연장하는 등 버티기에 나서며 NPL 시장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며 “시장에서 선호하는 우량 담보부채권의 매각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시장에 뛰어들려는 플레이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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