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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의 경제 사령탑인 리창 국무원 총리(서열 2위)와 면담했다. 미중 갈등이 최고 수준으로 격화하는 가운데 ‘첨단 제조업 굴기’를 외쳐온 리 총리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만 콕 찍어 대화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도 중국은 최대 수요처이자 생산기지로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 총리와 회동하고 면담을 가졌다. 리 총리는 27일 열리는 한일중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했으며 이날 중국 측에서는 우정룽 국무원 비서장, 진좡룽 공신부 부장,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 쑨예리 문화관광부 부장,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등이 면담에 참석했다. 삼성 측에서는 이 회장 외에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배석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삼성의 대(對)중국 협력은 양국 호혜·협력 발전의 생동감 있는 축소판”이라며 “양국 기업이 첨단제조·디지털경제·인공지능(AI)·녹색발전·생물의약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의 질을 높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큰 시장은 언제나 외자기업을 향해 열려 있다”며 “삼성 등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대중국 투자·협력을 확대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 시절 삼성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 깊이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19년 전인 2005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만난 뒤 인연을 이어왔다.
미국 봉쇄에 맞서 첨단 제조업을 육성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삼성의 도움이 절실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은 그야말로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상황”이라며 “중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체부터 전자 부품,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첨단 제조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삼성과의 동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삼성 역시 최근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 이를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1분기 중국 매출은 7조 9153억 원으로 전년 동기(14조 8607억 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반도체 생산기지로서의 입지도 중요하다. 특히 중국 시안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유일한 해외 생산기지다.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중국 시안 공장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면서 시안에 제3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중국 네트워크 확대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중국 고위 인사가 방한할 때마다 직접 면담하면서 네트워크 구축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2005년 그의 방한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중국 보아오 포럼의 이사로 직접 나서며 신뢰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의 대표적 대외 경제 교류 플랫폼인 ‘중국발전고위층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사업과 별도로 중국에서 삼성의 사회 공헌 활동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현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13년부터 중국 중고생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경진대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중국 빈곤퇴치기금과 농촌 관광 사업을 육성해 마을의 자립을 돕는 ‘나눔빌리지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하는 중국 외자기업 기업사회적책임(CSR) 평가 순위에서 2013년부터 지금까지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적 외교 기조가 미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잠재성이나 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며 “이 회장의 네트워크 등 개인기를 통해 사업 반작용을 최소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시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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