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회의가 4년 5개월 만에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되면서 ‘3국 협력체제 복원’의 분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국가정상’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하는 한국과 일본과는 달리, 중국은 ‘1인자’ 시진핑 주석이 아닌 ‘명목상 2인자’인 리창 총리가 참석하면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 총리와 기시다 총리와 연쇄 양자회담을 가졌다. 또 3국 정상은 이튿날인 27일 정상회의를 하고 △인적 교류 △기후변화 대응 △경제통상 △보건 및 고령화 대응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재난 및 안전 등 6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3국 협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 나라 국민들이 서로를 신뢰하면서 활발히 교류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3국 모두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정상들은 한‧일‧중 ‘플러스 엑스(+X)’의 기치 하에 3국 협력의 지역적 범위를 양자관계와 지역 협력의 차원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보 분야 성과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우리 공통적인 이익과 책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공통목표’ 등의 내용이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문구들은 역대 3국 공동선언에 대부분 포함된 원론적인 표현이다. 미‧중 갈등, 북‧러 문제, 대만 해협 긴장 문제, 북핵 폐기 등 민감하며 핵심적인 문제는 논의가 안될 가능성이 높다.
안보 분야 성과에 대한 기대가 어려운 배경에는 3국 정상회의의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한·일·중 정상회의의 계기는 1999년 아세안(ASEAN)+3(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주룽지 중국 총리가 조찬 회동을 하면서 3국 정상회의가 만들어졌고, 2008년부터 3국이 돌아가며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3국은 서로 이견이 불가피한 민감한 정치·외교·안보 이슈 대신 상호 의견 접근이 쉬운 경제·인적·문화교류 등의 협력에 집중해 결과적으로 협력 고도화를 이끌어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중국 측 참석자는 외교·국방을 맡는 주석 대신 경제·내치를 맡는 총리가 참석하게 됐다.
당시 중국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인의 집단지도체제 아래 국무원 총리의 위상이 확실히 보장될 때였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시진핑 1인체제’가 확립되면서 총리의 권한과 위상은 대폭 축소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후 열렸던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이 33년 만인 지난 3월 사실상 폐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 측 참석자가 총리에서 주석으로 격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 전문가는 “경제협력과 외교안보 문제를 분리하기 쉽지 않은 시대”라며 “시 주석이 직접 나서거나 리 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3국 정상회의가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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