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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로 가계 살림에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을 만기 전에 해약하거나,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보험사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보험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의 가계 보험계약대출(보험약관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0조951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69조9952억원) 대비 약 1조원가량 증가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 해지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보험을 해지하는 대신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하면서 보험계약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만큼 별도의 대출심사가 없고 신용점수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다. 경기가 나쁠 때 수요가 늘어나는 대출 상품으로, 이른바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보험계약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효력상실 및 해약된 보험계약 건수는 114만736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12만4224건) 대비 2만3035건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에는 그동안 낸 보험료 원금을 전부 돌려받지는 못한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그만큼 가계살림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매월 납입하는 보험금이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은행권의 높은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보험 계약 해지와 보험계약대출 등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업권의 경우 가계대출 차주 중 다중채무자, 저신용등급층 및 저소득층 등 취약차주의 비중이 낮지 않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도 보험계약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불능으로 해당 보험계약이 최종 실효·해지로 이어질 경우, 이로 인해 보험을 통한 본연의 위험보장 기능·목적이 상실될 우려가 있는 점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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