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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3년차 배소현(31)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54번째 대회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거뒀다. 굵은 빗줄기 속에 짜릿한 11m 버디 퍼트로 치열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배소현은 26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마무리된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9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경기 후반 폭우가 쏟아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버디 4개와 보기 4개 등 이븐파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2위 박도영(28)을 3타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트로피와 함께 우승상금 1억6200만원을 획득했다. 지난 시즌 상금(3억1481만원)의 절반 이상을 한 번에 번 배소현은 올 시즌 상금 10위(2억4242만원) 및 대상 포인트 10위(109점)로 껑충 뛰어올랐다.
배소현은 2011년 10월 KLPGA 투어 입회 후 154번째 정규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입회 후 5년간 2·3부 투어인 드림투어와 점프투어를 오가다가 2016년 드림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며 정규투어에 진출했다. 하지만 첫 2년 동안 49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해 2019년 드림투어로 다시 떨어졌다. 이후 좌절하지 않고 2020년 정규투어에 복귀해 2021년부터는 매 시즌 상금 순위 30위권을 지켰다.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배소현은 이날 박도영과 엎치락 뒤치락하며 접전을 벌였다. 초반 퍼트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5번 홀(파5)과 8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다. 6타 차 공동 7위였던 박도영은 그사이 앞 조에서 버디 4개를 몰아치며 배소현과 공동 선두에 올랐다.
승부의 추가 기운 것은 대회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16~17번 홀에서였다. 배소현의 막판 뒷심이 빛났다. 배소현은 16번 홀(파3)에서 비거리 185야드 아이언 샷을 날려 홀 컵 약 7야드 부근에 공을 바짝 붙인 뒤 버디를 낚았다. 반면 박도영은 16번 홀에서 약 2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했다. 순식간에 두 타를 앞선 배소현은 17번 홀(파4)에서 약 11m 긴 거리 버디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빗줄기가 굵어져 그린이 매우 축축한 가운데서도 자신 있고 강하게 퍼트를 때린 것이 주효했다.
배소현은 경기 후 “전반 9개 홀에서 예상만큼 샷 감이 안 좋고 페어웨이에 안착을 잘 못 시키는 바람에 그린에 들어가기가 어려웠다”며 “후반 들어가면서 더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17번 홀에서 긴 버디가 성공해 타수를 벌렸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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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은 11번 홀(파4)에서 샷 이글을 하며 한때 배소현에 3타차까지 앞섰지만 후반 들어 13~16번 홀까지 4연속 보기로 자멸했다. 결국 퍼팅감을 회복한 배소현에 재역전을 허용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데 만족했다.
배소현은 “그동안 몇 번 챔피언 조에서 시작했던 적이 있는데 욕심을 내려놓고 플레이를 많이 했었다”며 “이번에는 반대로 욕심을 가지고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독하게 쳤다”며 “2018년부터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를 계속 지도해주시는 이시우 프로에게 이제야 우승이라는 보답을 할 수 있게 됐다. 너무 감사드린다. 매니저를 해주시는 어머니, 나를 골프 선수가 될 수 있게 해주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한편 박민지(26)는 이번 대회를 공동 3위(5언더파 211타)로 마쳐 KLPGA 통산 상금 1위에 마침내 등극했다. 이날 상금 4612만5000원을 더한 박민지는 통산 57억9778만3448원을 벌어 장하나(57억7049만2684원)를 2위로 밀어냈다. 장하나가 통산 상금 1위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2018년 4월 29일 이후 2219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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