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셋값이 일 년 넘게 상승 중인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면서 ‘월세 실종’ 현상이 포착됐다. 전문가는 주택 공급 부족 영향으로 전세에 이어 월세 시장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므로 공급 확대를 위한 아파트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아파트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번 달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만7303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5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만195건으로 2만 건을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 물건이 급감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월 1만9624건에서 2월 1만8766건으로 줄어든 이후 이달 1만7000건 규모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2월과 이달 월세 물건량을 비교하면 감소율은 약 14.3%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달 이후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만6000건 이하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이 1만7000건 수준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7월 12일(1만7651건) 이후 약 20개월 만이다.
최근 한 달 기준으로 보면 서울의 아파트 월세 물건 감소율은 전국 최상위권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한 달 만에 4.0% 줄었다. 이는 충남(-4.8%)에 이어 감소율 2위 기록이다.
이런 월세 실종 현상은 최근 서울 입주 물량 급감과 이어진 전세난의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최근 월세난은 주택 공급 부족 때문으로 전세시장 불안과 원인이 같다. 입주 물량이 부족해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많이 몰리는 것”이라며 “집주인 역시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월세 비중이 늘고 있고, 여기에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월세전환율에 따라 월세 수준도 덩달아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씨가 마른 상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달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0가구다. 다음 달 역시 1299가구에 그친다. 수도권 전체로 봐도 서울과 인천의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모두 7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월세 물건 감소와 수요 증가로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세도 눈에 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에 따르면, 이 지수는 4월 기준 102로 지난해 6월 이후 매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변동률은 0.18%로 전국 평균(0.11%)을 웃돌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주택 시장은 철저히 실거주 수요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서 월세로 나올 수 있는 물건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월세는 항상 공급이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늘자 월세 물건이 빠르게 줄고, 값이 튀어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근본적인 월세 물건 급감과 월세 상승세를 막기 위해선 전세나 월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아파트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부활을 위한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입주 물량을 단기간 내 늘릴 수 없으므로 민간 다주택자의 임대 물량 확대를 위한 아파트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이 재시행돼야 한다”며 “임대사업자에게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비과세 혜택을 제공해 임대 주택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그 대신 임대사업자는 임대료 상승률 제한(연 5%) 등을 받으므로 월세 급상승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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