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연구원, 26일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 분석 및 평가’ 발간
2010년 기점으로 연평균 기업 생산성 증가율 6.1→0.5% 감소
“기초연구 지출비중 축소·벤처캐피탈 기능 부족 등 원인”
“기업 기초연구 보조금 지급률 3배 인상시 경제성장률 0.22%p 상승”
우리나라 혁신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초연구 지원 부족, 벤처캐피털의 기능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은 26일 ‘혁신과 경제성장 –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혁신기업(미국 내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우수한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8.2%에서 2011~2020년 1.3%로 둔화됐다. 혁신기업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눴을 때도 생산성이 저조한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대기업(종업원수 상위 5% 기업)의 혁신실적의 양(특허출원건수)은 증가했으나 생산성과 밀접한 질(특허피인용건수 등 혁신의 중요도)은 2000년대 중반 낮아진 이후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업력 하위 20% 중소기업) 혁신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혁신역량을 갖춘 신생기업 진입이 감소하는 등의 영향을 받아 2010년대 이후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됐다.
연구팀은 혁신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기초연구 지원 강화와 벤처캐피털 기능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구는 활용처를 고려하지 않아 넓은 활용범위를 갖는다. 반면 응용연구는 특정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수행돼 기업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위험을 갖고 있다. 응용연구보다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늘수록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초연구 지식스톡이 늘어날수록 특허의 피인용건수, 범용성, 독창성 등이 제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면 응용연구 지식스톡이 늘어날수록 질적 혁신실적 중 피인용건수와 독창성은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분석했다.
기초연구가 혁신실적의 질을 제고하는 것은 대기업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중소기업의 경우 응용연구 지식스톡이 늘어날수록 특허의 피인용건수, 범용성, 독창성 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투자여력 제약 등으로 응용연구의 목적이 더욱 한정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업의 기초연구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경제성장 및 사회후생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연구팀은 “기업의 기초연구만 선별지원과 같이 기업의 기초연구에 대한 보조금 지급률만을 3배 인상하는 경우에는 경제성장률이 0.22%p, 사회후생은 2.1% 정도 높아졌다”며 “기업의 기초연구 지원만 선별적으로 확대하는 시나리오가 상대적으로 정책효과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재정소요 규모는 기업의 기초·응용연구 동일 지원 시나리오에 비해 오히려 작았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의 접근성 제고도 과제로 꼽았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IPO 시장규모는 상위그룹에 속해있지만 M&A 시장규모는 하위그룹에 속해 있다고 파악했다. 연구팀은 “투자회수시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전한 국가에서만 벤처캐피탈 접근성이 기업의 혁신실적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M&A 시장이 상위그룹으로 발전한 상황에서 벤처캐피탈 접근성을 2020년 현재 3.4점에서 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인 미국의 5.2점으로 52.9% 상승시킬 경우 특허출원건수와 특허피인용건수는 각각 0.74%, 0.58%씩 증가하게 된다”며 “이는 M&A 시장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앞의 추정치를 적용한 제고폭에 비해 두 배 내외 높은 수치”라고 했다.
연구팀은 혁신기업의 기초연구 강화를 위해 대기업 인센티브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산업에 종사해 기초연구 성과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의 경우 내부기초연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다”며 “내부기초연구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산학협력 확대, 혁신클러스터 활성화 등 기초연구 성과를 흡수·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투자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투자자금의 중간 회수가 원활하도록 M&A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고수익·고위험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유인을 늘릴 필요가 있고 혁신기술투자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독립 벤처캐피탈, 기업 벤처캐피탈 등 민간 벤처캐피탈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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