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삶의 막다른 골목에 선 주인공들이 상금을 받기 위해 정체 모를 쇼에 참가하는 내용의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가 지난 17일 공개된 후 국내 1위, 글로벌 2위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하고 있다.
왓챠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와 개봉 영화,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국내 주요 포털 트렌드 지표 등을 활용해 선정하는 ‘왓챠피디아 핫 10′에도 공개와 동시에 1위에 등극했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사투를 벌이는 두 달 반의 기록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각자 가져나갈 수 있는 상금이 무한히 쌓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인간성을 잃어가면서도 쇼를 이어 나가려 한다.
소재,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 등장인물의 유니폼, 쇼의 잔혹함과 달리 아기자기한 세트장은 넷플릭스 최대 흥행 콘텐츠 중 하나인 ‘오징어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참가자가 죽으면 게임을 종료한다는 규칙과 주최자·진행자 없이 오직 참가자 역량에 의존해 쇼가 지속된다는 점은 다르다.
이 때문에 8부작 가운데 초반 4부까지는 장기자랑이나 왕게임, 스무고개 등을 이어가며 지루한 전개가 이어진다. 참가자들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게임일수록 시간이 더 많이 늘어나는 원리를 깨닫게 되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가학성이 높아진다. 특히 수면 물고문 등은 보기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더 에이트 쇼가 오징어게임과 다른 결정적 차이는 1~8층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의 계급사회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수직으로 풀어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꼬리 칸은 1층, 호화생활을 즐기는 열차 맨 앞 칸은 8층. 방 크기도, 1분당 주는 상금도 1만원(1층)~34만원(8층)까지 천차만별이다. 반란을 시도한 아래층 사람들이 위층에서 충격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 또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현실 또한 계급사회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영화 ‘관상’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이 처음 도전하는 넷플릭스 시리즈다. 그는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선악 구조를 벗어나 이해관계 안에서 인간 군상을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1층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의 방에 변을 몰아준다. 아래층의 노고·희생으로 시간을 늘리는 것을 위층 세력에 붙어 방관하는 중간층 모습은 그 어떤 악인보다도 현실적이고 잔인하다.
오징어게임 2 공개가 연내로 다가왔다. 더 에이트 쇼는 “오징어게임과는 다르다”는 한 감독의 항변에도 비교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초반부 늘어지는 전개, 후반부 무기력한 결말에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다. 쫀쫀한 전개·긴장감을 위해 8부작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극을 이끄는 화자로 나서는 배우 류준열(3층)을 비롯해 천우희(8층), 박정민(7층), 이열음(4층), 박해준(6층), 이주영(2층), 문정희(5층), 배성우(1층)의 연기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떠오를 만큼 여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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