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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어엑스 유상욱 감독 “박치기 공룡? 더는 운영으로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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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엑스 유상욱 감독. /이윤파 기자

유상욱 감독은 국내 최초의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스타테일의 멤버인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1세대 게이머들은 대부분 팬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으나 유상욱 감독은 예외다.

프로게이머 ‘류’는 ‘페이커’ 이상혁의 첫 번째 결승 상대이자, 이른바 ‘류또죽’이라 불리는 제드 vs 제드 일기토의 희생양이었기 때문이다.

다사다난했던 선수 생활을 마치고 코치의 길을 선택한 그는 어느덧 피어엑스의 감독이 됐다. 피어엑스는 특유의 공격적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단순한 운영으로 ‘박치기 공룡’이란 별명을 얻었다. 다가올 서머 시즌엔 더 스마트한 박치기 공룡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유상욱 감독을 만나 지난 선수 생활과, 피어엑스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카서스를 했다면… 우승 했다면… 아쉬움 남은 프로 생

선수 생활을 돌아보는 유상욱 감독. /이윤파 기자
‘류또죽’은 2013 LCK 서머 결승에서 발생한 일이다. 당시 유상욱 감독의 소속팀 KT 롤스터는 SKT T1을 상대로 1,2세트를 연속으로 가져가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경기장에 비가 내리더니 T1이 저력을 발휘해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5세트 블라인드 픽에서 양 팀 미드는 제드를 골랐다. 하지만 경기는 SKT T1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경기가 기운 시점에서 두 선수의 제드가 맞붙었다. 유상욱 감독이 처음에 좋은 구도를 만들었으나 이상혁이 환상적 스킬 활용을 통해  역으로 킬을 만드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다른 챔피언을 골랐다면 역사가 달라졌을까? 유상욱 감독은 구단 유튜브 컨텐츠에서 제드를 하지 말고 탈진 카서스를 해야 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제드를 픽한 배경을 묻자 유상욱 감독은 “당시 회의를 하며 제드가 나오면 제드로 상대하잔 얘기가 나와 자신감 있게 픽했다. OP였던 제드를 상대하기 위한 카드로 탈진 카서스가 성적이 괜찮았지만 좀 긴가민가한 느낌이 있어 픽하진 못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후 유상욱 감독은 KT 롤스터를 떠나 LEC의 H2K로 이적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롤드컵 진출이었다. 유상욱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첫 롤드컵을 갈 수 있어 정말 좋았고, 한국팀들이랑 경쟁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월즈를 경험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차이를 묻자 “한번 국제대회를 갔다 오면 다음 시즌 자국 리그를 치르는 자신감이 늘어나고 한 단계 더 성장한다는 느낌도 받아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선수 생활동안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지만 우승과 연이 없던 유상욱 감독은 선수 생활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도 결승을 꼽았다. 유상욱 감독은 “한국이랑 해외 합쳐 3번 정도 결승에 갔는데 항상 져서 아쉽고, 결승 문턱 4강에서 정말 아쉽게 진 경기가 많아서 또 아쉽다”고 털어놨다.

◆ 스마트한 감독 유상욱, “좋은 밴픽의 비결은 솔로랭크와 데이터”
좋은 밴픽을 구사한다고 평가 받는 유상욱 감독. /이윤파 기자

유상욱 감독은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코치를 하게 됐다. 처음엔 피드백 과정이 힘들었다는 유상욱 감독은 “선수들이 체감하는 것과 밖에서 보는 건 다른데 그 간극을 말로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유상욱 감독은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와중에도 높은 솔로랭크 점수를 유지할 정도로 여전한 게임 실력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 유상욱 감독은 “티어가 낮은 사람이 얘기하는 것보단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같이하고, 어느 정도 게임을 본다는 신뢰도 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피어엑스가 운영 측면에서 많은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유상욱 감독의 밴픽은 전반적으로 팬들이나 관계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밴픽에 대해 유상욱 감독은 “좋은 챔피언을 빨리 찾아내 그 챔피언 위주로 밴픽을 진행하는 편이다. 그래서 숙련도를 빨리 올릴 수 있도록 주문하기도 하고, 선수와 코치들과 그 챔피언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비결을 밝혔다.

이어 좋은 챔피언을 찾는 경로를 묻자 유상욱 감독은 “솔로 랭크에서 체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선수 생활을 오래 한 덕에 챔피언 상성에 대한 데이터가 많다. 그리고 선수들과 자주 대화하며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 한 끗 차이 7위 “사이드 운영만 됐더라면…“

피어엑스 유상욱 감독. /이윤파 기자
피어엑스는 스프링 시즌 팀명을 따라가기라도 하듯 누구를 만나든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교전을 걸어 이득을 보고, 그 힘을 바탕으로 승리를 따냈다. 서부권 팀을 상대로도 세트 승을 따낼 정도로 저력이 있었지만, 그 파괴력을 매치 승으로 만들지 못했다. 시즌 중반에 9연패를 당하며 기세가 완전히 꺾인 게 치명적이었다.

결국 광동프릭스와 단 1승 차이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화끈하고 과감한 경기 스타일은 팬들에게 재미는 줄 수 있어도 안정적인 승리를 가져오진 못했다. 운영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긴 스프링 시즌이었다.

유상욱 감독은 “하위권 팀이랑 경기했을 때 저희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팀적으로 운영이 잘 안돼서 진 경기가 많다. 연패를 거듭하면서 그 부분이 좋아졌지만 그 전에 빨리 개선이 됐으면 PO도 갈 수 있었을 거로 생각해서 아쉽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이드에서 문제가 많았다. 물론 누구 하나의 문제라기보다 5명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포지션을 맞춰줬어야 했는데, 한 명이 제 자리를 잡으면 한 명이 어긋나는 포지션 미스가 계속 반복됐다. 그런 부분들이 좀 오래가서 아쉽다”고 털어놨다.

◆ “박치기 공룡? 나쁘다고 생각 안 해”
스마트한 박치기 공룡이 되겠다고 다짐한 유상욱 감독. /이윤파 기자

피어엑스의 별명인 ‘박치기 공룡’은 그들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운영 능력이 전무하고 박치기만 할 줄 안다는 안 좋은 의미도 있다.

유상욱 감독은 이런 별명에 대해 “박치기라는 별명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프링 때는 너무 극단적으로 박치기를 했다. 시즌을 앞두고 운영을 많이 노력한 만큼 스마트한 박치기 공룡이 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얘기했다.

서머 시즌을 기대할 만할 선수를 묻자 유상욱 감독은 ‘클로저’ 이주현과 ‘클리어’ 송현민을 뽑았다. 이어 “사이드 운영은 모두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라인에 서는 당사자들이 콜을 잘 해줘야 한다. 그런 부분을 많이 노력해서 스크림 결과도 잘 나오고 있고, 적어도 운영에선 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머 시즌 목표에 관해 묻자, 유상욱 감독은 “스프링에 비해 단점을 많이 고쳤다. 선수들이 연습하며 자신감을 더 기르고, 메타도 빨리 적응하면 분명히 좋은 성적을 거둘 거로 생각한다. 결국은 플레이오프 이상, 월즈 진출이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피어엑스를 응원해 주는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남겼다.

유상욱 감독은 “저희 피어엑스를 응원해 주신 팬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다. 항상 인터뷰할 때 더 좋은 성적 내겠다고 말해놓고 6등, 7등 기록하고, 결국 약속을 못 지킨 것 같아서 죄송하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좀 더 높은 성적을 내보겠다”라고 다시 약속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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