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현지시각) 사망 2명, 부상 2명, 실종 6명의 인명피해를 낸 미국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 붕괴 사고의 원인이 달리호(號) 승무원 실수로 인한 전력 상실 때문일 수 있다는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의 예비 보고서가 나왔다.
달리호는 2014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진수돼 2015년 취역한 컨테이너선으로, 당시 머스크 해운이 운용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선박 결함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승무원 실수로 결론이 나면 HD현대중공업은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발간된 NTSB 예비보고서에 따르면 달리호는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와 충돌하기 전 두 번의 정전을 겪었다. 첫 정전은 항구에 정박해 정비를 받던 중 승무원의 실수로 엔진의 배기펌프(밀폐된 곳의 기체를 다른 곳으로 빼는 장치)가 닫히면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엔진 배기가스 배출이 막혀 엔진이 정지했다. 승무원은 이후 차단기를 수동으로 조정해 전력을 복구했고,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항구를 떠났다.
두 번째 정전은 운항 중 선박 발전기 중 하나가 연료 압력 부족으로 멈추면서 발생했다. 승무원은 배기 댐퍼(송풍량을 조절하는 공기조절판)를 열어 다시 발전기를 돌렸는데, 당시 회로 차단기의 구성을 이전과 다르게 배열했다고 한다. 차단기는 엔진 냉각수 압력과 조향 기어 펌프를 제어하는 주 엔진 냉각수 펌프의 전원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NTSB는 승무원의 조치로 전기가 복구됐으나, 이때는 이미 달리호와 교량이 너무 가까워진 상태였다고 봤다. 달리호는 그대로 교량과 충돌했다. NTSB는 첫 정전과 두 번째 정전의 연관성, 전기 구성의 전환, 교량 충돌 뒤 붕괴까지의 잠재적 영향 등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NTSB는 내년쯤 상세한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사고 당시 오염된 연료가 엔진을 정지시켰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대해 NTSB는 달리호에서 채취한 연료 샘플을 조사한 결과 오염 연료를 썼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배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의 약물 검사에서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달리호 정전이 승무원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면 HD현대중공업의 사고 책임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 관계자는 “배의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사용상 문제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배를 건조한 회사와의 연관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리호는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의 수송 능력을 지녔으며, 사고 당시에는 4679TEU의 화물을 싣고 있었다. 추진용 주 엔진(B&W 9590Me-C9)과 발전용 보조엔진(힘센엔진 9H32/40)도 HD현대중공업이 만들었다.
HD현대중공업은 “달리호는 2015년에 인도한 선박으로 관련 보증은 완료된 상태”라며 “현재 NTSB의 기술 지원 요청에 따라 사고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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