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의 해외 생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일본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증산에 더해서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경우 다른 나라에서 제조할 수 있는지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HBM 주문이 확대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일본과의 협력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AI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 분야 제조에서 일본 공급망과의 협력을 빠뜨릴 수 없다”며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제조장치·재료 제조업체와의 협업과 투자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와 관련한 내용도 나왔다.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설립된 키옥시아는 SK하이닉스가 간접 출자해 지분 약 34%를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키옥시아 출범 당시 미국 베인캐피털이 구성한 펀드에 2조7000억원을 출자했고 이후 1조3000억원 어치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다만 양 사 관계는 썩 좋지 못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키옥시아의 키타가미 공장 부지를 활용해 실리콘관통전극(TSV) 라인을 세우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키옥시아는 이를 거절했다. 이어 미국기업인 웨스턴디지털(WD)이 키옥시아 인수를 타진해오자 SK하이닉스는 투자 자산 가지를 고려해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최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선 “투자자로서 키옥시아의 성장을 바라고 있다”라며 “두 회사(SK하이닉스·키옥시아)는 이미 반도체 제조를 위한 기술 동맹을 맺었으며 우리는 추가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운영중인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 그는 “효율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지속해서 운영하겠다고 답변했다.
생산 공장을 신설하기 위한 조건으로 최 회장은 “반도체를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고객사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 조달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최 회장의 인터뷰는 ‘아시아의 미래’라는 주제 아래 지난 23일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열린 닛케이 포럼 참석 직후 이뤄졌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닛케이 포럼 발언자로 나선 그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닛케이 포럼에 참석한 것은 6년만이다.
한일 협력이 필요한 이유로 최 회장은 “양 국이 현재 저성장 구조인데다 수출 중심 경제 모델이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발 에너지 수요 폭증으로 기존의 독립적 경제 모델은 작동하기 힘들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양국이 관세를 철폐하면 윈윈 효과가 크다”며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각자 가진 시장만으론 규모가 작지만 한일 양국이 합치면 6조~7조달러(약 8193조∼9558조원)가 넘는 규모의 시장이 탄생하고 유럽연합(EU)처럼 시장을 키울 경우 아시아 경제 통합과 번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양국의 협력 강화 분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소·암모니아 수입과 유통 등 구체적인 사업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양국이 (자원을) 함께 구입하기만 해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2025년 한일 양국이 경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출범시키겠다”면서 “향후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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